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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성시] 대만 정체성에 대한 가슴아픈 회고록

기사입력 : 2015년09월23일 14:37

최종수정 : 2016년02월03일 17:53

[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1895년(시모노세키조약) 이후 50년간 일본 식민지였던 대만은 1945년 일왕의 항복으로 중국(국민당의 장개석)에 귀속된다.  허우샤오셴(侯孝賢)감독의 비정성시(非情城市, 슬픈 도시)는 일본 패망직후부터 1947년 2.28사태가 터지기까지 대만인들이 겪은 비운의 과거사를 조명한 영화로 제 46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영화 비정성시의 배경인 2.28사태는 대만 본성인(本省人)과 외성인(外省人,대륙 국민당)이 충돌한 근대 정치사의 비극이다. 당시 국민당 군에 의한 희생자수만도 3만~4만명으로 추정된다. 2.28사태는 우리의 제주 4.3사태와도 유사한 사건이다. 이 사태로 인해 대만에는 계엄령이 선포됐고, 계엄상황은 40년간이나 지속되다가 1986년 야당이 결성된 뒤 1987년에야 해제됐다.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계엄 해제 이듬해인 1988년이다. 


대만 본성인이란 1945년 이전 오랜기간에 걸쳐 대륙에서 건너와 정착한 사람들이다. 1895년 시모노세키조약 이후 이들의 삶은 대륙과 단절됐으며 대다수 본성인들은  일본지배에 대체로 순응하고 살았다.  이들과 달리 1945년이후, 특히 국공내전에서 패한 뒤 1949년 무렵까지 대륙에서 쫓겨온 국민당 부류의 사람들을 외성인이라고 부른다. 본성인들은 민난어(闽南語 대만과 푸젠성 일대의 말)와 일본어를 쓰며, 외성인은 보통화(베이징 말)를 사용한다. 외성인들은 잠시 대만으로 후퇴해있을 뿐 언젠가 본토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영화 비정성시는 일본 왕의 항복 방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대만 기륭의 임아록(린아루)집안에서 장 손자가 태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임아록은 모두 4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첫째 아들 임문웅은 장사꾼이고, 둘째 문용은 의사였으나 전쟁중 군의관으로 필리핀에 징용된 뒤 실종됐다가 뒤늦게야 사망사실이 알려진다.  

셋째 문량은 역시 전쟁중 통역관으로 끌려갔다가 돌아온 뒤 우여곡절끝에 마약밀매에 빠져든다. 마약조직의 고변으로 매국노로 체포돼 옥살이를 하다  출옥 후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다. 넷째 문청(양차오웨이)은 어려서 벙어리가 된 사람으로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진보성향의 친구들과 반정부 활동을 벌인다. 
 
린씨 아들 4명의 인생은 일제와 1945년 해방(승전) 직후 혼란기를 살아간 대만인들의 슬픈 삶의 발자취라고 할 수 있다.  본성인 중심의 상당수 대만인들은 식민지배자인 일본이 대만 경제와 문화 발전에 기여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반면에 무능한 대륙 외성인(국민당 장개석 일당)들이 자신들을 통치하려 한다며 독립을 위해서는 차라리 연미친일(連美親日)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 대만인들이 일본문화를 추종하고 일본제품을 선호하며 일본에 호감을 가지는 이유중 하나다. 

실제로 문청의 친구인 오관영과 오관미 자매는 일제 식민지시절 일본을 감상적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봤으며, 일본인들과 매우 돈독한 친분을 쎃고 지냈다. 오 씨 자매는 일본 항복이후 짐을 싸서 일본으로 돌아가는 일본인 벗들과의 작별을 아쉬워하기까지 한다.  
         
해방후 장개석의 국민당 정권에 의해 매국노로 체포된 셋째 아들 문량은 “일본인과 국민당 대륙인(외성인)한테 짖밟힌 우리 대만인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다”고 억울함을 토로한다. 그의 이 말은 대만 본성인 정체성의 단면을 드러내는 분노의 항변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아들 문청과 문청의 친구인 오관영, 동생 오관미 등은 외성인 국민당 정권(진의 행정장관)과  투쟁을 벌이는 본성인 지식인들이다. 그들은 청나라가 대만 민중의 뜻을 거슬러 시모노세키조약을 맺더니 이제는 무능한 국민당이 대만과 주민의 삶을 결단내려 든다고 규탄한다. 

본성인들은 진의를 앞세운 장개석의 국민당 정권이 부패를 일삼고 대만을 실업과 고물가의 지옥으로 몰아넣을 거라며 일본의 바통을 이어 통치자가 된 외성인 국민당 세력을 성토한다.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던 끝에 결국 밀수 담배팔이 노인의 사망사건이 도화선이 돼 1947년 2.28사태가 발생한다. 2.28사태는 말할것도 없이 본성인 중심의 대만인에 대한 국민당군의 폭정이 빚어낸 참극이다. 하지만 비극의 싹은 국민당이 일본으로부터 정권을 넘겨받는 순간부터 발아하기 시작했다. 

반 국민당 투쟁조직에 자금을 대던 문청은 투쟁 동지 오관영과 함께 체포돼 어디론가 끌려간다. 남편 문청과 잠시나마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렸던 오관미의 삶도 또다시 먹구름에 뒤덮힌다. 

린씨 가문의 첫째 아들 문웅은 셋째 문량이 연루된 밀수조직과의 다툼 도중 사망하고, 실종됐던 둘째에게선 끝내 사망소식이 날아온다. 본성인 대만인들의 삶은 점점 암울해지고, 대만은 일본 지배하에 있을 때 보다 오히려 더 슬프고 비참한 도시로 전락해간다.  1949년 10월 공산당이 대륙을 접수하고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쫓겨와 타이베이에 임시정부를 수립하면서 대만은 완전한 외성인 세상이 된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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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안 "기각" 47.1% vs "인용" 46.7%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39일 만에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해야 한다는 여론과 인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팽했다. 이는 보수층의 결집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호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의 의뢰로 지난 1월 20~21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에서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혐의 등을 이유로 윤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국회 측이 탄핵소추안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배제했는데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47.1%는 '기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인용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46.7%, '잘모름'은 6.2%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인용해야 한다 44.6% ▲기각해야 한다 50.4% ▲잘모름 5.0% 등이다. 여성은 ▲인용해야 한다 48.8% ▲기각해야 한다 43.8% ▲잘모름 7.4% 등이다. 연령별로 보면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50대 58.4% ▲40대 56.0% ▲만18~29세 48.5% ▲30대 43.2% ▲60대 42.6% ▲70대 이상 27.1% 순이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30대 54.8% ▲70대 이상 52.5% ▲60대 51.7% ▲만18~29세 49.6% ▲50대 39.3% ▲40대 37.6% 순이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남·전북에서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62.4%)이 가장 높았다. 이어 ▲강원·제주 57.2% ▲경기·인천 48.2% ▲서울 46.3% ▲부산·울산·경남 40.6% ▲대구·경북 40.2% ▲대전·충청·세종 39.5% 등이 뒤를 이었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대전·충청·세종(55.5%)이 가장 높았다. 이어 ▲대구·경북 50.8% ▲부산·울산·경남 49.6% ▲경기·인천 48.4% ▲서울 47.5% ▲강원·제주 31.9% ▲광주·전남·전북 31.3% 순이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조국혁신당 지지자 87.6%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87.4% ▲지지정당 없음 63.5% ▲개혁신당 47.8% ▲기타정당 46.5% ▲진보당 33.9% ▲국민의힘 9.3% ▲잘모름 0% 순이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85.0% ▲개혁신당 36.9% ▲기타정당 36.7% ▲지지정당 없음 26.6% ▲진보당 19.4% ▲더불어민주당 7.8% ▲조국혁신당 5.3% ▲잘모름 0% 순이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조사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기각'이 '인용'보다 한계허용 오차범위 내에서 높게 응답이 나왔다"며 "다만 '기각해야 한다'와 '인용해야 한다'는 답변이 팽팽한 것은 정부·여당과 야당 간의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탄핵 결정 시 국론 분열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이런 정치적 영향과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핵 심판의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단순히 법적 기준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영향까지 균형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을 '보수 지지층의 과표집'으로 보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조기 대선이 다가오면서 극우 성향을 중심으로 '이재명은 안 된다'는 심리가 뭉치고, 이들이 여론조사에도 적극적으로 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진보층도 나름대로 뭉쳐있다 보니 '윤석열 대 이재명' 양당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지금 여론조사 응답자 중의 다수는 보수층으로 보인다.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의견들이 의도치 않게 과표집 되면서 윤 대통령 쪽으로 표가 몰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중도층에서도 공수처 수사와 이재명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사람들이 국민의힘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무작위전화걸기) 활용 ARS를 통해 진행됐다. 성별, 연령별, 지역별 인구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표집했으며, 2024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연령대·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7.8%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allpass@newspim.com 2025-01-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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