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시 과잉투자가 원인...내년이후 회복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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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고종민 기자] 연성회로기판업체(FPCB) 제조업체 플렉스컴이 삼성 갤럭스폰 판매부진 후유증을 앓고 있다. 작년말 기준 전체 매출액의 90%(삼성전자 직접 매출 및 다른 납품 업체 통한 공급 포함)를 삼성 스마트폰에 납품하면서 지난 3년간 급성장했지만 지난해부터 계속된 삼성 스마트폰 판매 정체로 부채비율이 급증하는 등 삼성편중에 따른 부작용에 고통받고 있다.
인터플렉스·대덕GDS 등 동종업계 기업들 역시 호황시 과잉 투자로 최근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들이 올해 위기를 극복할 경우, 내년부터 공장 가동률과 수율 안정화 등을 기반으로 반등에 나설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플렉스컴, 재정악화·삼성전자 스마트폰 부진 겹악재
2일 IT업계와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플렉스컴의 총차입금(2682억원, 2015년 6월말 연결기준)중 78.5%가 무역금융, 운전자금대출 등 단기차입금(약 1700억원)으로 구성됐다.
부채 비율은 694.74% 까지 치솟았으며, 최근 재정건전성 개선(부채비율 하락)를 위한 전환사채(CB) 발행도 취소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다. 동종업계 인터플렉스, 대덕GDS, 비에이치 등이 각각 85.01%, 20.02%, 165.62%의 부채비율을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플렉스컴의 재정 악화는 업계 내 두드러진다. 부채총액도 2011년 828억원 수준이던 ㅈ난 6월 3배가량 늘어난 것.
플렉스컴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글로벌 시장 재패(2011년∼2013년)에 힘입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던 때와 판이하게 상황이 달라졌다.
플렉스컴은 2011년(1783억원)부터 2013년(5237억원) 까지 3배 가까이 매출이 늘면서 같은 기간 25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과 2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당시 5000원∼8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2만4200원(2013년 2월25일)까지 치솟았다. 부채비율 또한 200%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하반기부터 과도한 증설투자 후유증을 앓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761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이 됐고 영업실적은 473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올해 상반기 또한 754억원의 매출액과 278억원의 영업손실로 실적개선은 요원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하반기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신규 제품의 출시에 힘입어 매출 회복 및 적자 축소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매출의존도가 커서 갤럭시 시리즈의 흥행 여부에 목을 매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플렉스컴 신용위험도는 높은 상황"이라며 "차입금도 많고 현금 흐름도 위험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적인 회사였다면 쉽게 도산했을 것"이라며 "다만 올해 삼성전자의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것이 생존 요인"이라고 꼽았다.
삼성전자 선정 강소 기업이 도산(변제채무지급불가상태)이나 부도(어음지급정지)를 맞을 경우 삼성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올해 나오는 물량의 대금 결제만 잘 해주면 내년부터 (베트남 공장의) 수율 확보 및 수주 물량이 정상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라는 우량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는 점이 플렉스컴의 사업 안정성에 긍정적인 요인"이라면서도 "제품포트폴리오가 FPCB 단일 제품으로 구성됐고, 거래처도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 주 거래처의 판매 성과에 따른 영업실적의 가변성이 높은 편"이라고 꼬집었다.
김 수석연구원은 "현재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을 비롯한 채권금융기관들이 시설자금 분할상환분을 제외한 만기도래 차입금에 대해 차환을 통한 만기 연장을 해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지만 별도의 유동성 확보 방안 실행과 영업실적의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채권금융기관의 여신 축소로 차입금 상환 부담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강조했다.
◆실적·주가 회복 열쇠 '삼성 납품 회복과 가동률, 그리고 수율'
향후 변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판매 흐름과 해당 업체에 납품 비중 그리고 가동률 등이다. 삼성전자 스마트기기가 날개 돋친 듯 팔리더라도 수혜를 보는 FPCB 기업이 차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양품률과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 진행될 협력사 정책변화(모든업체 균등배분에서 소수업체 집중배분)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 급증 시기에 진행된 국내 업체들의 경쟁적인 생산능력 증설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과정에서 가동률 하락과 판가 압력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실적 악화의 부메랑으로 되돌아 왔다.
인터플렉스를 포함한 국내 업체들의 실적 악화와 구조조정은 2014년에 이어 2015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중견 FPCB 업체인 그린테크놀로지(비상장)의 법정관리 신청과 소규모 외주 업체들의 도산, 자산 매각, 일부 상장 업체의 자금조달 추진 소식 등은 FPCB 업황 악화의 단면이다.
이 같은 현실은 각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플렉스컴의 FPCB사업부문 2분기 평균 가동률은 국내 29.9%, 해외 47.8%다. 인터플렉스는 48.7%이며 대덕GDS 86%(회로기판사업부·PCB), 뉴프렉스 82.4%, 비에이치 67.5% 등으로 집계됐다.
가동률이 전체 실적 개선 여부를 단정 짓는 지표로 볼 순 없지만 쉬고 있는 생산라인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이에 가동률이 높아지는 만큼 수율(생산된 제품 중 양품 비율) 개선을 전제로 이익률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플렉스컴 관계자는 "'갤럭시S6 엣지+ 및 갤럭시노트5 등 신규 출시 단말기 효과로 3분기 가동률은 2분기 대비 높아졌다"며 "다만 4분기까지 가동률 회복이 이어지려면 신규 단말기의 판매가 꾸준히 유지되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터플렉스 관계자는 "하반기의 경우 신제품 출시가 많아 원래 전반기 보단 실적 및 가동률이 좋다"며 "전체적인 FPCB 산업 자체가 상반기 보다 개선되는 추세이며, 추가적인 회복 여부는 (삼성전자 등) 전반 고객사의 스마트폰 판매 증가를 비롯해 무선충전기 등 신규 매출 분야의 활성화"라고 예측했다.
이상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플렉스컴은 지난해 베트남 공장을 지었기 때문에 수율 안정화는 1년에서 1년반 정도 지난 내년 1분기를 지나면서 이뤄질 것"이라며 "(인터플렉스 등)비슷한 시기에 진출한 다른 기업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수율이 안정화되면 타 업체 대비 가격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며 "올해 위기를 넘긴다면 내년에는 플렉스컴·인터플렉스 등이 반전(실적 및 주가 반등)의 상황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