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다운로드 주도하는 톱스타..올 8월까지 광고비 440억원 넘어
[뉴스핌=이수호 기자] 게임업계의 스타 마케팅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제는 대형게임사 뿐만 아니라 중소업체까지 최대 수십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마케팅비를 지불하면서 인지도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다만, 스타 마케팅 전략이 반드시 성공에 이르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중소사들의 생존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구글과 카카오에 수수료를 떼주고 나면 마진이 얼마 남지 않은 모바일 게임 산업이 반짝 효과를 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것이다.
게다가 게임 흥행을 따라가지 못하는 개발자 처우를 떠올리면, 게임업계가 엉뚱한 데다 힘을 쏟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스타 마케팅이 게임 자체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 지상파 TV 모바일 게임광고 금액이 지난 8월까지 442억원을 넘어섰다. 종합편성채널이나 유료방송 등을 통해 방송된 것까지 합산하면 적어도 매일 수십편의 모바일 게임광고가 나온다. 이는 지난 2012년 전체 4억원이던 지상파 TV 광고보다 110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업계는 방송을 통해 게임 광고를 늘리는 동시에 대형 스타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초 출시된 넷마블게임즈의 '레이븐'에 배우 차승원이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대형 스타들이 줄지어 게임업계로 향하는 분위기다.
실제 '레이븐'은 차승원 효과를 발판으로 모바일 게임 장르로 국내 모바일 RPG 시장에서 가장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출시 후 일주일도 안되 애플앱스토어 및 구글플레이 양대 마켓 최고매출 1위 달성, 40일만에 일일사용자수(DAU) 100만명 돌파, 78일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500만건 달성 등 모바일 RPG 사상 가장 많은 기록을 세웠다.
이같은 레이븐의 흥행을 이유로 다른 게임사들도 줄지어 스타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웹젠의 경우, '뮤 오리진' 광고에 가수 강균성에 이어 배우 장동건을 낙점했고 네오위즈게임즈는 '애스커'의 모델로 배우 황정민, 로켓모바일 '고스트'에는 배우 이정재, 쿤룬코리아는 '난투 with NAVER'의 메인 모델로 배우 정우성을 기용했다. 4:33은 '영웅'에 당대 최고의 걸그룹 '시스타'를 모델로 영입하며 주목을 받았다.
넷마블게임즈의 신작 RPG '이데아'의 광고 모델로 나선 배우 이병헌 <사진제공 = 넷마블게임즈> |
문제는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억대 몸값의 특급 배우 섭외가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이 RPG(역할수행게임)로 집중된 데다, 수요층의 연령대가 기존 10~20대를 넘어서 40~50대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게임성을 통한 입소문보다, 미디어를 통한 광고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대규모 마케팅비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사가 아닌 경우에도, 톱스타를 기용해야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국내 한 캐주얼 모바일게임사의 경우 거액의 마케팅 비용 탓에 톱배우를 모델로 기용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인지도 확대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고 스타 마케팅 전략이 반드시 성공에 이르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업계 추산, 대형스타로 분류되는 톱스타를 지상파 광고에 출연시키기 위해선 3개월간 최소 30억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회수하기 위해선 구글플레이 일일 게임 매출 기준 30위권내에 진입해야 한다. 일 매출이 최소 3000만원 이상은 되야 광고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스타들을 기용한 업체들이 매출 순위 30위권 밖에 머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코스닥 상장사 로켓모바일이 모바일 신작 '고스트'에 배우 이정재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사진 = 이보람 기자> |
한편 우리 게임산업을 이끌던 개발자들의 해외 유출도 더욱 극심해지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체 평균 근속기간이 4년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텐센트 등 대규모 중국 콘텐츠 업체들이 국내 게임업체들의 2배에 해당하는 급여를 제시하면서 수준 높은 개발자들이 국내에 머물기를 꺼리는 양상이다.
결국 대형사들의 과도한 스타마케팅은 단기적인 인지도 확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내 게임 생태계 유지에 적잖은 부작용을 남길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매출에 비해 과도한 마케팅비 투여로 중간 허리 역할을 맡는 업체들이 자생하기가 어려워지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명주기가 짧은 모바일 게임이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규모 마케팅에 기반한 게임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라며 "중소업체들의 경우, 흥행 실패를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닌 중소업체들의 인력이 해외로 이동하고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더욱 고착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