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 지연, 연말만기도래 물량 급증 등 수요예측 활기
[뉴스핌=김남현 기자] 회사채 발행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띨 전망이다. 미 연준(Fed)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희박해지며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데다 만기도래와 연말 자금 확보 차원의 발행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용등급과 업황 간 차별화는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수요예측 기업 중 건설사 부진 및 그룹 내 계열사 등급 강등과 함께 자금 사정 악화가 우려되는 두산건설과 롯데그룹 신동주-신동빈 형제간 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진행되는 롯데하이마트 수요예측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19일 크레딧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번 주 19일 두산건설(BBB-)을 시작으로 대신증권(AA-)(20일), 롯데하이마트(AA-)(21일), 한화케미칼(A+)(21일), S-0il(AA+)(22일), LS네트웍스(A0)(22일) 등 6개 회사의 수요예측이 진행된다. 이는 지난주 현대해상 후순위채 한 건의 수요예측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은 9월 말 추석과 10월 초 개천절, 한글날 등 연휴가 몰리면서 부진했었다.
이처럼 회사채 수요예측이 다시 활기를 띠는 것은 우선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9월에서 10월로, 12월에서 내년으로 연기되는 분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또 연말 만기도래 규모가 큰 데다 미리 자금을 확보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최종원 삼성증권 크레딧채권 애널리스트는 “미 금리인상이 9월에서 10월로 미뤄진 후 지금은 더 미뤄진 상태다. 미 금리인상 이후 상황을 지켜보자던 심리가 이제는 지금 발행해도 발행금리에 큰 변화가 있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로 바뀌고 있다”며 “수요예측 미달이 속출하며 발행을 미뤄온 곳이 많았던데다 11월에 만기도래가 많다는 점에서 미리 준비하는 물량들도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강수연 KDB대우증권 크레딧채권 애널리스트도 “주간 단위라 큰 의미를 부여키는 어렵다”면서도 “대부분 차환 또는 운용자금 목적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연말을 앞두고 자금을 끌어다 쓰는 니즈가 있는 것 같다. 또 내년 금리변동성이 어떨지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리 발행에 나서는 듯하다”고 말했다.
◆ 크레딧시장 바닥..차별화 여전할 듯
지난주 크레딧 채권시장은 특수채(AAA, 3년)와 여전채(AA+, 3년)를 중심으로 크레딧스프레드가 1bp와 3bp 축소된 12bp와 35bp를 기록했다. 회사채(AA-, 3년) 스프레드도 45bp로 전주대비 0.4bp 확대에 그쳤다. BNK캐피탈과 폭스바겐 사태 등으로 연일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던 흐름이 다소 안정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크레딧스프레드가 더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바닥인식이 조심스럽게나마 확산되는 분위기다.
안주영 유안타증권 크레딧채권 애널리스트는 “크레딧스프레드가 최근 줄어들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로 보긴 어렵다. 확대추세가 꺾인 것은 긍정적이나 아직은 위축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강수연 애널리스트도 “연말을 앞두고 있고 기업실적 우려와 폭스바겐 사태 등으로 크레딧시장이 강세분위기로 전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AA-등급 기준 40bp 이상에서는 저점분할매수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기업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좀비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변수도 지켜봐야 할 점이라고 꼽았다. 최종원 애널리스트는 “기업 실적발표가 나오고 있는 중으로 조선이나 건설 쪽 추가 손실이 어느 정도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좀비기업 구조조정에 어느 기업들이 포함될지도 주목할 변수다. 정부 발표 시점에 크레딧스프레드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 같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회사채 수요예측 역시 이 같은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간 이어졌던 신용등급 간, 업황 간 차별화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종원 애널리스트는 “신용등급별 업종별 차별화가 계속되겠다”며 “최근 건설 쪽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주 첫 수요예측인) 두산건설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안주영 애널리스트는 “두산건설은 두 달 전에 350억원어치 발행을 추진하다 주관사를 찾지 못해 취소한 바 있다. 지금은 250억원으로 당시보다 규모도 줄었고 KDB산업은행이 200억원을, 주관사인 유진투자증권이 50억원을 인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50억원어치가 미매각된다 해도 주관사로서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두산 계열사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많았다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가 어떨지에 대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롯데하이마트도 3000억원어치로 규모가 비교적 큰 데다 최근 형제간 분쟁이슈에 대한 우려도 크다. 당장 영향을 받진 않을 것으로 보이나 결과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봤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