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내 합의 '불발' 가능성 높고…시리아·사우디 재정 등 암초
[뉴스핌=김성수 기자] JP모간체이스가 브렌트유 12월물 전망치를 배럴당 40달러로 제시하고, 최근 유가 반등을 이끄는 신호들은 무시할 것을 권고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감산 등 합의가 불발에 그친 데다, 시리아 내전과 사우디 재정고갈 등 암초가 산적해 있어 유가 상승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4일 데이비드 마틴 JP모간 연구원은 국제원유 시장이 지난 10월 초 랠리를 보였다가 다시 한 번 공급과잉 우려에 상승세가 잠잠해 졌다는 점에 주목하라면서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을 촉발시켰던 산유량 유지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도 유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앞서 OPEC은 지난달 21일에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들과 원유 감산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들은 원유 감산은 물론이고 유가 목표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오는 12월 4일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OPEC 연차총회가 열린다. 러시아는 이번 총회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저유가로 경제난을 겪는 베네수엘라는 오래전부터 OPEC 회원국들에게 감산과 유가 안정을 요구해왔다. 베네수엘라는 11월에 OPEC 회원국과 비OPEC 국가들의 정상 회담을 열 것을 제안했으며 이에 앞서 베네수엘라의 제안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실무자회담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마틴 연구원은 OPEC 회원국 내 합의가 이뤄진다면 내년 말까지 유가 전망치에 주목할 만한 변화를 주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경제적 논리로는 OPEC 내에서 합의를 보는 것이 유리하지만 정치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온건 반군을 지지하는 반면, 러시아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현재 러시아는 이란과 이라크 영공을 이용해 시리아에 대규모 군사장비와 인력을 배치하면서 군사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사우디의 재정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사우디는 재정의 90%를 석유 판매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유가가 지난 12개월간 40% 넘게 하락한 데다 예멘·시리아 등 전쟁에 막대한 경비를 지출해 재정 고갈 위기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항에서 사우디가 감산을 거부하고 현재의 산유량을 유지해 자기 파멸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OPEC 산유량 동결로) 사우디가 혜택을 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우디는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에도 석유 공급을 넘치게 해 (산유국) 모두가 고통을 받게끔 실수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 측은 사우디의 저유가 정책이 오히려 '약탈적 저가 공세'라는 입장이다.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고리 세친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가 처음으로 폴란드 시장까지 진입하는 등 (재정난 타개를 위해) 유가를 공격적으로 덤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급과잉 및 수요부족에 따른 문제가 해소되면서 유가가 오는 2020년 말까지는 배럴당 70~80달러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 부회장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다니엘 예르긴은 "유가는 거의 바닥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신규 생산 투자가 하락하고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글로벌 수급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미국 원유 생산량이 지난 30년래 최고치로 급증했으나, 12개월 간 10%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2016년 또는 2017년 말까지 글로벌 석유시장이 수급균형을 되찾으면서, 유가가 2020년 말까지 배럴당 70~80달러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마틴은 유가가 반등할 경우 산유국에는 좋은 소식처럼 보이겠지만 셰일오일 투자가 확대되는 결과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또다시 석유 공급을 확대하면서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