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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안나볼레나', 살아있는 4색 캐릭터 열전…절제로 완성된 '명품 오페라'

기사입력 : 2015년11월28일 18:02

최종수정 : 2015년11월28일 18:02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아시아 초연을 앞둔 오페라 ‘안나 볼레나’의 최종 리허설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뉴스핌=양진영 기자]아시아 초연 오페라 '안나 볼레나'가 27일 베일을 벗었다. 영국 튜더 시대의 비운의 왕비 안나의 이야기가 국내 최고의 오페라 전문가 손에서 드디어 피어났다.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오페라 '안나 볼레나'의 아시아 초연 공연이 막을 열었다. 이날 캐스트는 안나볼레나 역에 소프라노 박지현, 엔리코 역에 베이스 박준혁, 죠반나 세이무어 역에 메조 소프라노 김정미, 퍼시 역에 테너 신상근과 함께 스메톤 역의 메조 소프라노 김순희, 로쉬포르 역의 바리톤 이용찬, 허비 역은 테너 김성천이 맡았다.

'안나 볼레나'의 백미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호흡이었다. 명품 오페라 음악을 귀로 즐기는 동시에 눈이 호강하는 웅장한 세트,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드러내는 세심한 연출이 빛을 발했음은 물론이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는 '안나 볼레나'는 여자로서 버림받은 안나의 비참한 운명을 더 효과적으로 객석에 전달했다.
 
◆ 4인4색 캐릭터 열전, 오페라로 만나 더 깊은 울림

'안나 볼레나'의 타이틀롤은 안나지만, 공연에서는 누구 한 명도 모자람 없이 살아있는 캐릭터를 무대에서 그려냈다. 비운의 왕비 '안나'는 소프라노 박지현의 감성적이고 섬세한 목소리로 조금은 약해보이지만 강단이 있는 여인으로 구현됐다. 타이틀롤답게 가장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한편 처연하기 그지없는 한 여인의 감정을 드러냈다.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아시아 초연을 앞둔 오페라 ‘안나 볼레나’의 최종 리허설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엔리코(헨리 8세) 역은 배우는 변해버린 자신의 사랑과 명예를 지키고자 하는 왕을 묘사했다. 스스로의 변심을 덮기 위해 안나를 사지로 내몰면서도 어쩌면 안나에게 먼저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복잡한 내면을 표현했다.

죠반나 세이무어를 연기한 김정미 역시 이회수 연출의 언급처럼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왕에게 왕비가 될 수 없음을 한탄하다가도, 안나가 끝내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그를 찾아가 이혼으로 목숨을 피하라고 하는 양면적인 모습으로 묘하게 현실적인 인간상을 표현했다.

'사랑의 바보' 퍼시 역의 테너 신상근은 그저 목소리만으로 극장을 찾은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아름다운 사랑의 멜로디와 어우러진 달콤한 발성은 특별했다. 퍼시의 노래는 안나를 향한 진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랑하는 여인을 결국 죽음으로 몰게 된 운명을 더 안타깝게 하기에 충분했다.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아시아 초연을 앞둔 오페라 ‘안나 볼레나’의 최종 리허설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특히 네 명의 주역이 한 무대에 올라 곡의 클라이막스를 소화할 땐, 한 사건과 상황을 바라보는 각 인간의 심리가 드러나며 더없이 색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퍼시와 안나의 재회에서 반가우면서도 두려운 안나, 이를 이용해 자신의 변심을 정당화하려는 엔리코, 끊임없이 상황을 재는 조반나, 사랑밖에 모르는 퍼시의 각자 다른 심경이 모두 다른 가사로, 다른 멜로디로 흘러나오며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뤘다.

◆ 세심하고 유려한 연출, '관객 몰입 극대화'

이미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인정받은 이회수 연출이 준비 과정에 유독 신경을 쓴 부분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안나와 퍼시의 사랑하는 감정이 발각되는 안나의 작은 방의 경우 대형 흑경을 설치해 무대를 비추며 스메톤이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음을 모두가 알게 했다. 이는 '여기선 누구나 우리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우려했던 안나의 걱정과 맞아 떨어지며 결국 둘을 비극으로 이끌었다. 퍼시와 안나가 원을 그리며 노래할 때 가운데 축에 엔리코가 자리해 둘의 운명을 쥔 존재임을 알게했고, 조반나가 안나의 죽음을 막으려 위하는 척 하지만 결국 그가 왕비 자리에 오르게 됐을 때 뒤바뀐 초상화 등의 효과가 돋보였다.

안나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할 불륜 누명을 뒤집어쓰지만 죄를 벗기 위해 죽음을 피하지 않는다. 광기에 휩싸이면서도 냉정함을 유지하는 안나의 심경은 절제된 클라이막스의 음악으로 표현됐고 측은함과 처연함을 더했다. 조반나의 배신 사실을 알았을 때, 또 죽음이 다가올 때 모든 것을 용서하고 그들의 죗값을 하늘의 몫으로 남겨두며 객석을 다소 낯설은 감정에 빠지게 했다.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아시아 초연을 앞둔 오페라 ‘안나 볼레나’의 최종 리허설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이런 안나의 심경과 행동,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엔리코의 배신은 실존 인물을 그려낸 까닭에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안나는 아들을 얻지 못하고 후사로 여왕에 자리에 오른 딸 엘리자베스 1세를 남겼다. 안나가 불륜을 시인할 수도, 죽음을 피할 수도 없었던 건 딸의 안전과 후계 구도를 위해서였다. 엔리코 역시 왕권을 강력히 하고 후사를 이을 아들이 간절했기에 모두 정치적 계산이 깔린 행동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어찌보면 엔리코와 안나, 퍼시는 엇갈린 사랑으로 불행해졌다. 하지만 '안나 볼레나'는 흔한 불륜 이야기에도 최고의 실력을 갖춘 배우의 노래와 연기, 긴장감으로 생명력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과연 이제라도 국내 초연이 결정된 명품 오페라의 명성과 가치를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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