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2011년 영화 ‘완득이’를 시작으로 영화 ‘마이웨이’ ‘파파로티’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린’ ‘순수의 시대’ ‘블라인드’ ‘숨바꼭질’ ‘나의 독재자’ ‘협녀, 칼의 기억’, 그리고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까지. 아역 배우 성유빈(15)은 여느 성인 배우들보다 화려한 필모그래피의 소유자다.
그간 연기한 인물도 오다기리 조, 이제훈, 이현우, 신하균, 조인성, 정재영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 뿐이다. 하지만 사실 그간 성유빈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끽해야 몇 회차 나오지 않는 아역 배우를 눈여겨볼 이유도, 관심을 가질 여유도 없었다.
그런데 ‘대호’ 언론 시사회가 끝난 후 상황이 역전됐다. 출연진 이름이 가득한 포스터에서 가장 먼저 최민식(천만덕 역) 아들의 이름을 찾았다. 이유야 단순했다. ‘대호’에서 호랑이 김대호 씨보다 더 눈에 들어오고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배우, 그가 바로 석이 역의 성유빈이었다.
“관심이 더 많아졌다던가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이렇게 인터뷰하는 게 신기해요. 포스터에 이름이 있는 것도(웃음). 처음에는 포스터에 제 이름이 찍힌 것도 몰랐어요. 그냥 보다가 이름이 있기에 ‘어? 뭐지? 내 이름이 있네’ 싶었죠. 다음에도 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역이 보여줄 만한 이렇다 할 연기가 많지 않았는데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는 느끼지 못한다고 했지만, 영화를 본 관객에게 성유빈은 최고의 이야깃거리다. 몰입도 강한 그의 연기에 모두가 빠져들었다. 실제 성유빈은 어른도 견디기 힘든 한겨울 촬영장에서 바닥에 누웠고 보이지 않는 호랑이를 상상하며 연기했다. 어디 그뿐인가. 영화에서 유일하게 로맨틱(?)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이도, 유일하게 코믹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이도 성유빈이다. 대선배 최민식, 정만식, 김상호에 주눅들만도 한데 결코 그러는 법이 없다.
“선생님이 앞에 계신다고 대사를 못 칠 이유는 없죠. 함께 연기해야 하잖아요. 물론 연기할 때 신경은 많이 썼어요. 연습을 많이 해야 했죠. 어색하면 안되니까요. 연기하고 ‘내가 어떻게 했지?’라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집중을 많이 했다는 의미죠. 그래도 조금 수월했던 게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석이가 돼갔어요. 선생님이랑 대화도 나누고 농담도 하면서 진짜 석이화 됐죠. 현장 분위기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촬영장 ‘어르신’(또래보다 성숙한 모습에 최민식이 지어준 별명)답게 성유빈은 자신이 열연을 펼칠 수 있었던 공을 박훈정 감독을 비롯한 현장 스태프와 최민식, 정만식, 김상호 등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들에게 돌렸다. 자신을 존중해주고 챙겨주는 이들이 없었다면 최선의 연기를 끌어낼 수 없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저한테 ‘대호’는 절대 못 잊을 작품이에요. 특히 현장이요. 무엇보다 나중에 제가 연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듯해요. 시간이 흘러서 힘들 때 '대호' 촬영장을 떠올리면 즐거울 거예요. 사실 가기 싫은 촬영장도 있잖아요. 근데 이번엔 매일 ‘아, 좋다,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거든요. 아무리 몸이 힘든 촬영장이라고 해도 되게 좋았어요.”
너무도 많아 글로 옮겨 적진 않았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어떤 칭찬(주로 ‘대호’ 속 연기에 대한 것)을 건네도 “전 잘 모르겠던데”라며 배시시 웃었다. 단 한 번도 호평에 우쭐하거나 들뜨지 않았다. 짜도 너무 짠 본인 칭찬에 “본인에게 뭐 그리 엄격하냐”고 핀잔을 줘도 “제 연기에 만족한다면 결코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야무지게 말했다. 물론 배우 성유빈의 이러한 성격은 중학교 3학년 성유빈에게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가 학원을 안다니는데 시험 기간이 되면 미리 공부했어도 전날 엄청 많이 봐요. 안하면 더 많이 보고요. 이번에 ‘대호’ 촬영 중에도 중간고사 기간이 겹쳤거든요. 근데 오히려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성적이요? 평균 이상은 해요. 잘하지는 않지만 보통보다는 낫죠. 오르락내리락해요(웃음). 그래도 지금(영화 프로모션 기간)은 시험이 끝난 후라 다행이에요. 이제 고등학교 가면 내신 관리 더 잘해야죠. 내년에는 자기 계발 시간도 좀 갖고요.”
성유빈의 ‘자기 계발’ 1순위는 당연히 연기다. 연기의 재미를 알고 있는 만큼 욕심도 많다. 최민식이 말한 ‘강동원 같은 배우’나, 김상호가 말한 ‘최민식 같은 배우’도 너무나 좋지만, 이왕이면 그렇게 정의할 수 없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른처럼 의젓한 대답만 내놓던, 좀처럼 주절주절 말하는 법이 없던 그가 처음으로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영화가 끝나고 오히려 부담감이 더 생겼어요. 다음에 어떤 작품을 찍어도 더 힘들 듯해요. 그만큼 열심히 해야죠. 해보고 싶은 역할은 특별히 없어요. 그냥 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편안한 배우도 되고 싶죠. 편안한 배우와 다양한 캐릭터를 하는 배우랄까. 천의 얼굴 아니면 개성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정말 선한 역할을 했다가 또 제일 야비한 역할을 했다가 그러고 싶죠. 국내에서 처음 시도해보는 캐릭터 같은 것도요. 출연하고 싶은 작품이요? ‘신세계2’?(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