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연 34.9% 초과 금리도 가능...행정지도론 한계
[뉴스핌=김지유 기자] 새해부터 기업들은 워크아웃을 하지 못하고, 서민들은 무제한 대출금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과 대부업법 개정안이 사실상 일몰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파행이 지속돼 법안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나름 대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법안의 효력과 다르게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어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
기촉법은 기업의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의 근거가 되는 법안으로 채권단 75% 동의만 얻어도 워크아웃이 가능하게 한다. 기촉법이 일몰되면 회생 가능한 기업이 줄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모습 <출처 = 뉴시스> |
특히 금융감독원이 지난 30일 기업들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 11곳을 워크아웃 대상(C등급)으로 선정해 기촉법의 공백이 더 우려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대한 일몰 시일까지 이들 기업에 워크아웃을 신청토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촉법이 끝내 일몰되면 임시로 자율협약을 통해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협약 만으로 실제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위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금감원에서 은행들과 자율협약을 제정하는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서 자율협약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방침"이라며 "은행이 협약에 서명하면 사적계약으로 구속을 받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은행들에게 서명을 강제할 수는 없고 자발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14개 은행의 부행장들을 만나 구조조정을 위한 자율협약에 협조를 당부키도 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30일 부행장들을 만나 "기촉법이 실효되면 기업별로 채권단을 구성해 협약 체결과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지만 자율적 구조조정이 정착되지 않은 여건을 고려할 때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협약에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관 이기주의적인 행태를 보이지 않아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기촉법과 함께 대부업법 개정안이 일몰되면 대출 최고금리 상한이 사라져 서민들이 고금리에 노출된다.
금융당국은 역시 대부업법이 다시 개정돼 최고금리가 시행되기 전까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여전사 및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현행 대부업 최고금리인 연 34.9%를 초과하는 이자 수취를 자제토록 지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저축은행과 대부업권 등 금리운용실태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부업권에 대해선 내년 1월 중 집중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고금리 업체가 적발되면 시정을 요청하고 해당 업체에 대해선 관리·감독을 강화키로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방침은 법적 제재와 달리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부업 최고금리 상한을 두는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기존의 것이 일몰되면 등록된 대부업체들과 여신금융회사의 대부금리(대출금리) 상한이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야 간사는 일몰 시한이 임박한 이날 오전까지도 팽팽하게 각자 논리를 펼치며 대립했다.
여당은 일몰되는 기촉법과 대부업법 개정안을 비롯해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을 골자로하는 '자본시장법'과 서민금융진흥원 신설 내용의 '서민금융복지법' 등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여당이 제시한 두 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여당 간사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거래소 지주사 전환 골자의 자본시장법과 서민금융복지법이 없으면 (다른 법안들도 처리가 불가능하다는)기존 입장과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야당 간사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여당이 특정법안 처리를 요구하며 합의된 전체 법안을 거부하는 일은 초유의 일"이라며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한 일이다. 일몰 법안과 합의된 법안의 연내 처리를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두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정무위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해야하고,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거쳐야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들 회의 일정도 잡혀있지 않다.
한편 정무위 법안소위는 앞서 기촉법의 2년 6개월 연장, 대부업 최고금리 상한 27.9%로 인하 등에 합의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