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위험보단 과잉공급이 더 문제"
[뉴스핌=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단절 등 중동 지역의 종파 갈등이 점차 심화되지만, 이로인해 이른바 '석유전쟁'이 야기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5일 주요외신들은 글로벌 시장 전문가들이 중동지역 불안에도 유가는 공급 과잉 상황으로 여전히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주국으로 지난 주말 사우디가 시아파 지도자를 처형하고 이란이 이에 격분하면서 양측 외교 단절로 이어졌다.
대규모 유전을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와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 지역 간 종파 갈등이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이날 오전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4% 넘는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WTI 가격 한 달 추이 <출처=CNBC> |
하지만 중동의 긴장 강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 미국 시장의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은 결국 1.1%나 하락한 배럴당 36.65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브렌트유 선물 역시 1% 하락한 36.90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주가 급락도 유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최근 유가와 주가는 같은 방향성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제 원유시장의 펀더멘털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유가가 갑자기 주가와 반대 방향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까지 제조업경기가 취약한 상황에서 석유수요가 갑자기 증가할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또한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의 시장 복귀 전망 때문에 국제 원유시장의 주된 변수는 여전히 수급불균형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정학적 위기보다는 산유국의 감산이나 미국의 급격한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국제유가의 미니 랠리를 이끌 수 있는 보다 강한 변수가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란은 앞서부터 올해 경제제재가 풀리면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를 추가 생산할 계획임을 분명히 밝혀왔다. 그간 빼앗겼던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사우디 역시 올해 예산적자 축소를 위해 보조금과 기타 정부지출 등을 줄이는 등 저유가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쿠싱지역 원유재고도 사상 최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비롯한 대규모 제조 및 산업 강국들의 원유 수요도 지지부진한 상태라 유가 부담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JP모간 스캇 달링 연구원도 "(이번 사태가) 지정학 리스크를 반영하고 시장에 변동성이 더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단기적으로 석유수출 전망이 달라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JP모간은 1분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35달러를 기록한 뒤 점차 회복해 올 한해 평균 가격은 5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