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아들의 전쟁'에서 일호그룹 일호생명 상무 남규만 역을 맡은 남궁민(위), 아버지의 누명을 벗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진우 역을 맡은 유승호 <사진=SBS '리멤버 아들의 전쟁' 방송캡처> |
[뉴스핌=이현경 기자] 수목극의 왕자 SBS ‘리멤버 아들의 전쟁’이 막장 논란에 휩싸였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은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이야기는 산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반환점을 돈 가운데 시청자 게시판은 불만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도대체 무엇이 시청자를 화나게 만들었을까.
◆아들의 전쟁이 아니라, 치매와 전쟁 선포?
‘리멤버 아들의 전쟁’은 과대기억증후군을 앓는 아들 서진우가 아버지 서재혁(전광렬)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변호사로 성장, 거대 권력과 맞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리멤버 아들의 전쟁’이 단순한 법정 드라마, 가족애를 담은 드라마와 차별화될 수 있었던 것은 서진우가 갖고 있는 과대기억증후군 때문이다. 보는 것마다 모조리 외워버리는 설정 덕에 초반 드라마는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다. 그의 특별한 능력이 아버지의 죄를 입증할 수 있는 키가 될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방송 중반부 서진우가 재판 도중 쓰러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재판 도중 부분 기억 상실 증세도 보였다. 일부에서는 유전 때문에 그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을 거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서진우만의 특별한 능력이었던 과대기억증후군은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드라마 초반 강조됐던 서진우의 능력이 사라진 것에 어리둥절했다.
21일 방송된 ‘리멤버 아들의 전쟁’ 12회에서는 서진우가 과대기억증후군으로 길면 1년, 짧으면 6개월 생밖에 남지 않았다는 진단까지 받는 불상사가 벌어져 시청자들에 또 한번 실망감을 안겼다. 시청자들은 진우의 “아들의 전쟁이아니라 치매와의 전쟁 아니냐” “서진우도 알츠하이머인 거냐. 유전이라서?” “초반의 재미는 어디로 갔나. 언제 서진우의 능력이 빛을 보는 거냐”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버지의 죽음, 늘 한방 먹는 서진우의 고구마 이야기
하늘은 늘 남의 편이라고 했던가.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변호사가 된 서진우는 결정적인 순간 눈앞에서 기회를 놓쳤다. 일호그룹의 비자금 파일을 어렵게 확보한 그는 뉴스를 통해 비리를 폭로하려다 남규만 무리에 잡혔다.
변호사가 돼서도 늘 서진우는 쫓기는 신세였다. 서진우는 남규만 때문에 살인 사건 용의자로 몰리면서 세상의 쓴소리는 홀로 다 들어야했다. 살인자의 아들이 또 살인자라는 비난을 받으며 전전긍긍했다.
게다가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재판에서 교도관을 매수해 아버지의 무죄를 주장할 증인으로 세웠지만 막판에 판사가 바뀌면서 그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게다가 아버지 서재혁(전광렬)은 병세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그것도 그의 재심이 열리고 있는 동안에 말이다. 이것도 모자라 재심에서 서진우의 부분기억상실증세와 함께 쓰러지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또 한번의 기회를 날렸다.
시청자들은 느린 전개와 매번 당하는 서진우의 상황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3, 4회까지 재미있게 시청했다. 갑자기 스토리 진전도 안되고 개연성도 없는 전개다” “유승호가 반격하는 장면이 여태 한 번도 없다” “50부작도 아니고 20부작인데 왜 이렇게 질질끄냐” “초반에 고등학생에서 몇 년 후 변호사로 넘어간 그런 사이다 같은 진행 속도는 어디로 간 거야” 등 불만 가득한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유승호보다 더 주목받는 남궁민과 박성웅
'리멤버 아들의 전쟁'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남궁민과 박성웅(아래) <사진=SBS '리멤버 아들의 전쟁' 방송캡처> |
스토리 라인이 다소 엉성해 시청자의 화를 사고 있는 반면 배우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극 초반에는 유승호가 아버지의 누명을 벗게 하기 위한 고군분투했다면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남궁민이다. 그의 절대 악인 연기가 압권이다. 사람을 죽이고도 천연덕스럽게 무죄를 주장하는 그를 보노라면 소름이 돋는다. 과하지 않게 절제된 그의 연기는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박성웅의 존재감도 만만찮다. 조폭 출신 변호사 박동호 역을 맡은 그는 초반에는 남규만 무리 편에 섰지만 자신과 비슷한 사연을 갖고 있는 서진우의 든든한 조력자가 돼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의 사투리 연기가 부족하다는 시선도 있지만 의리를 지키는 박동호의 면모가 보여지면서 또 한번 시선이 집중됐다. 악역에서 정의를 사수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며 배우 방성웅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반환점 돈 ‘리멤버 아들의 전쟁’ 사이다 이야기 기대?
‘리멤버 아들의 전쟁’ 측은 2막에서 진우의 본격 복수극이 시작된다고 알렸다. 1막에서 서진우가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겠다는 일념으로 악을 썼다면 2막에서는 통쾌한 반전을 선사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아버지와 관련된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진범을 밝히는 것 뿐만 아니라 일호그룹까지 저격할 예정이다.
그러나 2막과 함께 서진우의 시한부 판정이 전해져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사이다(속이 뻥 뚫리는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또다시 고구마를 먹이냐며 온라인이 시끄럽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들의 모습을 그려가는 과정에서 이인아(박민영)와 서진우의 러브스토리는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여론이 쏠리고 있다. 로맨스는 드라마의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다. 일부에서는 이인아와 남여경(정혜성)이 굳이 있어야하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서진우와 억지 로맨스와 진전 없는 재판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21일 방송된 12회 말미에서 이인아는 다시 민폐 캐릭터가 됐다. 남규만이 이인아의 사무실로 찾아왔고 그의 사건 일지를 보며 "나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기 때문. 이에 두려워하는 인하의 표정이 잡혀 또 한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리멤버 아들의 전쟁’은 부동의 수목극 1위다. 3회 이후 시청률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고 심지어 시청률은 매회 신기록을 수립하며 고공비행 중이다. 그렇지만 드라마의 답답한 전개에 대한 불만도 늘고 있어 향후 동시간대 드라마 순위에 변동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리멤버 아들의 전쟁’은 영화 ‘변호인’을 집필한 윤현호 작가가 팬을 잡은 작품이다. 그는 영화 ‘변호인’으로 지난 2014년 제51회 대종상영화제 시나리오상까지 수상했다. 지금이야말로 그의 저력이 강력히 요구되는 때다. 시청률 만큼 강한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는 ‘리멤버 아들의 전쟁’이 사이다 같은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