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의 표준·공용화가 목표...가장 큰 자산은 직원"
[뉴스핌=이성웅 기자]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해 자동차 산업의 기술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4일 그룹 시무식에서 이처럼 R&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R&D 강화 기조는 투자 계획에서도 드러난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18년까지 연평균 6조7000억원을 R&D에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R&D의 중심에 현대오트론이 있다. 현대오트론은 전장부품의 중요성이 대두되던 지난 2012년 현대모비스와 현대케피코의 일부 기능이 합쳐 탄생했다. 반도체, 차량 제어기,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연구개발을 통해 전장부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그 총괄책임을 맡은 이가 김재범 현대오트론 대표이사다. 전장이란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전자·IT 장치를 말하는 것으로, 텔레매틱스, CID(중앙정보처리장치), HUD(헤드업디스플레이), 차량용 반도체 등을 말한다.
김 대표이사는 삼성전자에서 전무까지 거친 반도체 기획통이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4월 김 대표이사를 현대오트론 부사장으로 영입해 같은 해 연말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현대차그룹의 차량용 반도체 설계 강화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재범 현대오트론 대표이사 <사진=현대오트론> |
완성차에서 IT기술과 전장부품의 영역은 친환경차의 배터리 기술, 자율주행차의 차량 제어기술 등에 따라 넓어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따르면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규모는 오는 2020년까지 364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오는 2030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전장부품 개발·생산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룹 기조에 맞춰 현대오트론은 차량용 전자제어부품을 주력 생산하고 있다. ▲엔진 제어기 ▲친환경 차량용 전력 제어기 ▲HUD 등 편의장치 제어기 ▲지능형운전자제어시스템(ADAS)용 제어기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된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이사가 현대오트론을 맡으면서 연구개발 성과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2014년도 쏘울EV의 통합전력 제어기 개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0개 차종 78개 제어기 양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 LF쏘나타 하이브리드용으로 개발된 통합전력 제어기는 그룹 내 혁신 리더스 대상에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현대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제네시스 EQ900(수출명 G90)에도 현대오트론의 기술력이 들어갔다. EQ900용 후륜 8단 자동변속기 제어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에서는 장기적으로 현재 협력사에서 사오는 자율주행차량용 칩과 센서를 자체 개발하고, 그 중심에 현대오트론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룹 내에서 현대오트론의 미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이사의 목표는 자동차 부품의 표준화와 공용화다. 이를 위해선 자율주행과 스마트카의 기술 요소부터 그 핵심이 되는 반도체기술 개발까지 모두를 현대오트론에서 맡을 수 있어야 한다.
김 대표이사는 R&D기업의 특성상 '젊고 재능있는 직원'들을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꼽았다. 그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직원들이 자동차 전자제어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