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증시 상관관계…중국 영향 더 높아져"
"장부 가치 대비 저렴하지만 내부 악재 심화될까 우려"
[뉴스핌= 이홍규 기자] 최근 홍콩 증시가 추락을 거듭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지금 투자기회로 보고 들어갔다간 '가치 함정(value trap)'에 걸릴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홍콩 증시가 선진국 증시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동시에 중국증시에도 크게 영향을 받아 이중부담인 데다, 부동산시장 붕괴 우려와 홍콩달러에 대한 공격 등 내부적인 요인들이 증시의 반등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UBS 홍콩의 루 웬지 전략가는 중국에서 대규모 부양책이 나오지 않거나, 미국 증시의 견조한 반등세가 관찰되지 않을 경우 홍콩 증시가 가치 함정에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치 함정'이란 가치평가 기준 상 매우 저평가된 종목이라고 판단해 매입했으나 주가가 오르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 미국·중국 증시와 동조 현상 강화
현재 홍콩 항셍지수의 주가수익배율과 주가순자산배율은 각각 7.8배와 0.9배를 나타내고 있지만 본토 상하이 지수는 각각 11.47배와 1.62배에서 거래되고 있다.
루 웬지 전략가는 특히 홍콩 증시가 중국과 미국 증시에 동조되는 양방향 상관관계를 들었다. 중국과 미국 증시가 하락할 경우 홍콩 증시도 동반 하락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파란선:S&P500, 노란선:항셍지수, 빨간선:상하이지수 <자료=블룸버그통신> |
그가 분석한 과거 사례에 의하면 미국 S&P500과 상하이지수가 함께 상승할 경우 항셍 지수가 상승할 가능성은 75%지만, 두 지수가 모두 하락할 경우 홍콩 증시가 상승할 가능성은 16%에 그쳤다. 또 둘 중 하나만 상승할 경우에 홍콩 증시의 상승 가능성은 56% 정도에 불과했다.
웬지 전략가는 또 홍콩 증시가 미국 보단 중국에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됐다는 점도 주목했다. 최근 분석에 의하면, 홍콩 증시와 MSCI차이나, S&P500 지수 상관관계는 35%에 그치지만, 상하이지수와는 60%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중국 증시와 홍콩 증시의 상관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웬지 전략가는 "중국 본토 주식 시장이 과거보다 부풀어 오른 탓"이라면서 "미국과 비교한 홍콩의 시가총액은 지난 10년 사이 6%에서 11%로 증가했지만, 상하이 지수와 비교해 보면 34%에서 5%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 취약해진 내외 펀더멘털
홍콩 증시가 세계경기 약화, 특히 중국 경기둔화 우려에 따라 특히 동반 하락세를 보이는 건 맞지만, 홍콩 내부에 자리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도 홍콩 증시의 저평가 매력을 상쇄하고 있다.
최근 홍콩 증시는 홍콩 달러 약세, 주택 가격 하락 등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이 두가지 요소가 맞물리면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홍콩 달러는 페그제 상단을 위협할 정도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은 페그제 유지를 위해 홍콩 은행간 3개월 금리를 올해들어서만 28bp(1bp=0.01%포인트)가량 올리는 등 통화 가치 안정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이 금리는 신규 모기지 금리에 80%가량의 영향을 미쳐 주택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간 스탠리는 "하이보 급등이 모기지 금리를 높이고 주택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홍콩 부동산 주가 전망을 평균 17% 가량 하향했다.
센트라인의 부동산 센터-시티 리딩 인덱스에 따르면 주택 가격은 지난 9월보다 9.5% 떨어진 상태이며, 2016년에는 20%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