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금융권이 주관사 '독식'
십수년 포석 깔았던 월가 '쓴맛'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올들어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이 기록적으로 늘어나면서 월가 투자은행(IB)이 쏠쏠한 반사이익을 취했을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실상 철저히 배제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과거 10년 이상 포석을 두는 데 혈안이 됐던 월가 IB 업계가 제대로 쓴 맛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 <출처=블룸버그통신> |
2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중국 기업의 해외 M&A는 815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1~2월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하지만 월가의 활약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차이나 시틱 뱅크와 CICC 등 현지 은행들이 M&A 시장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중국 기업의 해외 M&A로 인해 발생한 IB 업계의 수수료 수입이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된다.
가뜩이나 저금리와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성 급감에 커다란 압박을 받고 있는 월가 IB들이 황금 시장을 놓친 셈이다.
이와 관련, 클리프 셩 올리버 와이만 대중국 금융 서비스 헤드는 “중국 현지 금융회사들이 정책자 및 감독 기관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해외 피인수 업체들 사이에서도 월가보다 이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현지 금융회사들은 중국 기업들과 깊은 밀착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재무 정보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들 기업들에게 필요한 현금이나 여신을 확보하는 데도 월가에 비해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중국 금융회사들이 월가로부터 전략과 노하우를 습득, 이를 지렛대 삼아 경쟁 우위를 뒤집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영국의 로펌 링크레이터스의 팡 지안 파트너는 “중국 금융업계가 월가로부터 ‘단물’만 취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십 여 년에 걸쳐 발생했다. 일례로, 중국 HNA 그룹이 인그램 마이크로를 60억달러에 인수하는 데 주관사로 나선 CICC는 1995년 중국건설은행과 모간 스탠리의 조인트벤처로 출범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CICC의 지배지분이 모간 스탠리에서 중국건설은행으로 넘어갔다.
월가 IB에 비해 중국 현지 금융회사들이 요구하는 자문 수수료가 낮은 것도 M&A 기업들이 이들 업체를 선호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편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해외 M&A에 나선 중국 기업들이 월가에 도움을 청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해외 정부의 감독이 대폭 강화되고 있는 데다 중국 금융회사들이 제공할 수 있는 해외 금융 제도 및 법에 관한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