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포함 부양책 신뢰 '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말 월가 투자은행(IB) 업계가 가장 커다란 기대를 모았던 유럽과 일본 증시가 올들어 실망스러운 성적을 기록했다.
밸류에이션 저평가와 중앙은행의 부양책을 앞세워 올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뉴욕증시에 비해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시행에도 엔화가 강세를 보이며 실물경기를 강타하는 등 부양책이 의도했던 결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회의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 금융시세판 앞을 지나는 행인들 <출처=신화/뉴시스> |
25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유로화 기준으로 유럽의 스톡스 600 지수는 연초 이후 4.9% 떨어졌다. 이는 영국 FTSE100 지수와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같은 기간 각각 1.3%와 0.5% 하락한 데 반해 현저하게 저조한 성적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토픽스 지수의 연초 이후 낙폭이 9.8%에 달했다. 달러화 기준으로 보더라도 유럽과 일본 증시는 미국에 비해 뒤쳐지는 실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은 부양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라는 것이 중론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QE) 기한 연장에 이어 3월 회의에서 부양책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에서 0.3%로 하향 조정됐고, 최대 회원국인 독일의 재계 경기신뢰가 꺾이는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역시 BOJ의 마이너스 금리가 엔화 평가절하 및 이에 따른 실물경기 부양 효과를 내지 못한 채 금융시장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이날 마켓워치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내고 유럽 증시가 중기적인 관점에서 부진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매크로 경제에 대한 우려로 시중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지 않고 있고, 브렉시트 리스크 역시 악재라는 분석이다.
통화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금융섹터의 급락에서도 확인된다. 유럽 스톡스 600 지수를 구성하는 은행 섹터가 2월 들어서만 9.3% 밀렸고, 일본 토픽스 지수의 금융 섹터는 같은 기간 14%에 이르는 낙폭을 기록했다.
마이클 휴슨 CMC 마켓 애널리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시장은 중앙은행이 실물경기를 살려낼 수 있는 해답을 갖고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며 “유럽과 일본의 경기 회복 문제는 장기간에 걸친 고질적 문제이며, 연초 이후 주가 하락이 두드러진 것은 정책자들에 대한 신뢰가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투자자들의 ‘팔자’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없지 않다. 단기 낙폭을 감안할 때 일본과 유럽 증시 모두 과매도 상태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과매도에 따른 반등이 나오더라도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경제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주가를 추세적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