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감소, 금리 상승에 자사주 매입 '제동'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가 탄탄한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상장 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수요에 전례 없는 괴리가 발생해 우려된다.
미국 증시가 8년째 강세장에 도전장을 낸 가운데 주가 상승 동력이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지나치게 쏠렸다는 지적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1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뉴욕증시 상장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16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07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치다.
반면 월가의 개미들은 같은 기간 ‘팔자’에 집중했다. 주식형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유출이 1월 이후 400억달러에 달했다.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1분기 유출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표면적으로 주식시장이 상승 탄력을 보이고 있지만 매수 주체 측면에서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고개를 들었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1분기 기업 실적 역시 후퇴, 3분기 연속 이익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따른 주가 상승의 영속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6월 금리인상 기대가 번지고 있어 채권 금리가 상승 압박을 받을 경우 자사주 매입을 위한 회사채 발행에 제동이 걸릴 여지가 높다.
앤드류 홉킨스 윌밍턴 트러스트 주식 리서치 이사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주가 상승을 위해 무엇이든 한 가지 동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기업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되지 않으면 자사주 매입을 위한 자금 조달이 막힐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증시의 상장 기업들이 연초 이후의 추세를 유지하며 자사주를 사들일 경우 올해 전체 매입 규모가 59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경우 2007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5890억달러를 웃도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S&P500 지수 편입 기업 가운데 비금융 섹터가 보유한 현금 자산이 9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8700억달러를 넘어선 수치다.
한편 뮤추얼 펀드와 ETF의 ‘팔자’가 현 추세대로 이어질 경우 1분기 전체 유출액이 6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경우 자사주 매입과 주식 펀드 및 ETF의 괴리가 총 2250억달러에 이른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는 1998년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자사주 매입에 의존한 주가 상승이 잠재적인 리스크를 동반한 것이라는 지적은 앞서 거듭 제기됐다.
지난 달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 삭스 전략가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주식시장의 유일한 매수 주체”라며 “중국을 둘러싼 불확실성부터 국내외 매크로 변수까지 리스크가 적지 않아 펀드매니저들은 매도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뉴욕증시가 장기 강세장에 진입한 2009년 이후 S&P500 기업이 사들인 자사주 규모는 2조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2014년까지 매년 37% 급증한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 4%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수익성 저하로 주가 상승 동력이 멈출 것이라는 경고에 설득력을 더하는 수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