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이하이가 3년 만에 스무살 숙녀가 돼 돌아왔다. 벌써 1년이 지난 '하이수현' 활동 이후로도 오랜만의 무대다. 'K팝스타'에서 '팝송을 잘 부르던 여자 아이'가 서울 사람들의, 서울의 감성을 다시 노래한다.
이하이는 1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규 2집 하프앨범 'SEOULITE(서울라이트)'로 3년 만에 컴백한 소감을 말했다. 그는 "오랜만에 활동하고 노래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며 환히 웃었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묵묵히 앨범을 준비하고 끝없이 고민해 온 이하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앨범 나오는데 너무 오래 걸렸죠? YG가 큰 회사고 소속 가수들도 많아서요. 저뿐만 아니라 준비하고 나와야 하는 분들이 많았죠. 스스로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고, 중간에도 '아 이건 아닌가' 하면서 바꾼 적도 있어요. 사실 3년 동안 거창한 걸 준비했다고 보여드릴 만한 게 없어서 걱정도 됐죠. 그런 시간과 경험들이 제 노래에 담긴 것 같아서 좋은 자극이 됐다고 봐요. 어쩌면 제가 잊혀지지는 않을까, 나이가 조금 들면서 사람들이 안좋아하면 어떡하지 되돌아보고 성숙하게 된 시간이었죠."
어쩌면 한숨을 많이 쉬었겠다는 말에 쉽게 수긍하면서도, 한없이 들뜬 표정이 아직 어린 소녀같았다. 그는 'K팝스타'로 가요계에 입문해 데뷔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3년 동안 막연한 준비 과정을 겪으면서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공백 1년 반 정도 됐을 때 가장 힘들었어요. 앨범을 빨리 준비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고 막연히 회장님한테 서운한 마음도 있었죠. 대중에 잊힐까 서운하고 외롭기도 했고요.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런 고민과 그 한숨, 생각들이 살이 됐어요.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계기가 아닐까요. 물론 아무리 그래도 3년은 사실 좀 길었죠? 2년 정도였으면 딱 좋았을걸. 이러다 또 2년 쉬면 어쩌죠? (웃음)"
정규 2집이 나오기 전 먼저 선보인 하프앨범의 타이틀 'SEOULITE(서울라이트)'. 이하이는 "서울 사람들과 서울의 빛"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 설명했다. 자신을 'K팝스타' 출신의 어린 여자아이로 기억하는 대중에게 조금 더 한국말로 한국의 정서를 말하고픈 마음을 담았다.
"서울라이트 단어 자체는 서울 사람이라는 의미죠. 그래서 그냥 서울 사람들을 말하기도 하고 서울의 빛이라고 얘기를 할 수도 있어요. 사람들은 저를 아직 팝송을 잘 부르는 여자 아이로 보시는 것 같아요. 모든 장르를 떠나서 한국에서 한국말로 노래를 하는 입장에서는 마음에 한을 담고 있다고도 생각했어요. 서울의 멋진 것과 예쁜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죠. 뮤직비디오에도 그런 것들을 담았어요. '한숨' 뮤비에도 서울의 거리에서, 서울 사람들이 가진 고민들을 소재로 영상을 찍었어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타이틀을 그렇게 지었죠."
더블 타이틀 '손잡아 줘요'와 '한숨' 중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한 '한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하이는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숨'은 SM 샤이니 종현이 작사, 작곡한 곡으로 발표 전부터 특별한 콜라보로 주목받았다.
"'한숨'의 인기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요. 이 곡을 처음 받을 때 샤이니 종현 선배님이 써주신 노랜줄 모르고 접했거든요. 하이그라운드 분들이랑 송캠프를 했는데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곡을 부르고 싶다'고 했을 때 오빠들이 이걸 들려주셨어요. 듣자마자 꼭 하고 싶다고 했죠. 저는 이 곡을 듣자마자 위로를 받았고 많은 분들이 위로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실제로 공감이 됐기 때문에 더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유독 조금은 칭찬을 아끼는(?) 느낌의 YG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에게 이하이는 서운함을 드러내면서도 "모든 일에 이유가 있는 분"이라고 감쌌다. 이번에 특히 많이 해준 조언에 관해 "상큼하고 애교있는 모습을 항상 바라신다"고 언급, 웃음을 줬다.
"회장님이 생각하는 제 음악과 이미지, 모습이 있을 거고, 늘 함께 고민을 해준다는 걸 알아요. 디테일한 조언을 많이 해주시죠. 그래서 긴 공백이 의미있었다 믿고 있고 실제로 느끼기도 해요. 1집에서는 직접 다 프로듀싱을 하셨지만 2집은 하이그라운드에서 타블로, 투컷 오빠와 만들었어요. 딱 들려드렸을 때 정말 좋아하셨죠. 무대를 준비할 땐 '더 애교있고 상큼하게 해보라'고 하세요. 그 얘기만 벌써 네다섯번 들었어요."
이하이는 양현석 대표의 시각처럼, 대중에게 "애교없는 이미지로 보이나보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예전보다 애교가 좀 늘긴 늘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애교가 없다고 생각하실텐데 실제로 집에서는 애교가 많다"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기회가 없을 뿐"이라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음악적으로 색다른 것, 그리고 당기는 걸 해보고 싶었지만 원래 팬들이 좋아하는 걸 이어가야하나 생각이 많았어요. 어쨌든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어 이번 하프 앨범을 특별하게 준비했죠. 스무살이 되면 뭔가 달라질까 생각도 했는데 별로 그런 게 없고 똑같아요. 이게 다른 사람도 그런지 저만 그런건지 조금 고민이에요. 하하."
그렇다면 이하이가 상상하던 20대는 어땠을까. 이제는 훌쩍 자란 숙녀가 됐지만 그는 회사에서 아직도 연애 금지령이 풀리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의외로 이하이가 스무살을 맞아 해보고 싶은 일들은 거창한 일탈보다는 작지만 소소한 추억을 쌓는 일에 가까웠다.
"20살이 된 저를 생각하면, 어릴 땐 뭔가 일을 열심히 하고 멋있게 하는 커리어 우먼을 상상했어요. 그런 환상이 있었나봐요.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 쉬면서 일을 안하니까 고민이 있었고 지금은 그게 해소된 상태예요. (웃음) 연애요? 아직 사장님이 허락을 안해주셔서. 만약에 연애를 한다면 오랫동안 통화를 해보고 싶어요. 할말이 많아야 가능한 일이고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자친구랑은 전화기가 뜨끈뜨끈해질 때까지 통화를 하려고요. 정말 좋아해야 가능하겠죠? 언제쯤 연애 금지가 풀릴 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런 얘길 꺼내면 냉정하게 반응하시거든요. 하하."
조금 시간은 걸렸지만 이하이의 음악을 '믿고 듣는' 대중은 여전했다. 음원 발표 동시에 차트 1위를 휩쓴 더블 타이틀곡의 성적에 대해 이하이는 "기대 이상이었다"면서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간 불안했던 마음을 한 차례 씻어낸 그는 조만간 들려올 나머지 하프 앨범 발매에도 기대를 부탁했다.
"음원 성적은 기대보다 더 좋은 편이어서 만족스러워요. 제가 하고 싶은 걸 많이 시도했고 앞으로 이런 음악을 계속 해도 된다는 답을 얻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많은 분들이 잘할 수 있는 걸 확실히 알고 묵묵히 열심히 하는 가수로 봐주셨으면 해요. 조만간 나올 나머지 하프앨범에서 좀 더 제 음악과 만나실 수 있을 거고요. 20대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싶어요. 어쨌든 한번 밖에 없는 거니까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20대 시절을 보내려고요. 거창한 걸 하기보다 친구들이랑 밤 늦게까지 놀고 이제 사고 싶은 것도 자유롭게 사고 혼자서도 좀 오래 지내보고 싶네요."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YG엔터테인먼트]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