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복귀 반대 시위대 운집.. 정치 혼란 가중
[뉴스핌=이고은 기자] 브라질 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탄핵 위기에 처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정권에 참여하면서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브라질 증시는 폭락하고, 수천명의 브라질 국민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호세프 현 대통령(좌)와 룰라 전 대통령(우) <사진=CNBC> |
지난 16일 자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호세프 대통령의 수석장관직 제의를 받아들였다.
룰라 전 대통령은 호세프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멘토다. 그가 수석장관의 자리에 앉아 정치무대에 복귀하게 되면 모든 방면에서 현 대통령의 조언자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세프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친 것은 각자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호세프 대통령은 비리 의혹으로 탄핵 위기에 처했고, 룰라 전 대통령은 부패 수사를 받고 있다. 룰라 대통령으로서는 점점 수사망을 좁혀오는 부패 수사를 피하는 동시에, 자신의 고정 지지층과 의회 영향력을 호세프 대통령에게 실어줌으로써 탄핵의 진행을 늦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권에서 물러난지 6년이나 지났지만 룰라 전 대통령은 여전히 가장 영향력 있으면서 동시에 가장 논란이 많은 정치적 인물로 꼽힌다. 룰라의 재임기간 동안 브라질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퇴임 당시 지지율은 90%에 육박했다. 그러나 그는 퇴임 후 돈세탁 및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Petroleo Brasileiro SA)와의 정경유착 등 각종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의 지지율는 최근 몇달간 급격히 떨어졌지만, 여전히 오는 2018년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기에 충분하다.
호세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룰라 전 대통령이 오면 자신의 행정부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드로우 윌슨 국제 학술센터의 브라질 협회 수석은 "오늘의 결정은 '실세'의 이동을 의미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평가했다.
이날 브라질 증시는 정치적 우려로 폭락했다. 브라질 주식과 통화, 채권 가격은 룰라 전 대통령의 복귀 여부를 기다리면서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브라질 통화 헤알은 이날 1.2% 하락 개장해 2주 최저치인 달러당 3.81헤알을 찍었다. 브라질 벤치마크 지수인 보베스파주가지수 역시 전날 3.6% 하락한데 이어 이날 1% 더 하락폭을 넓혔다. 브라질 10년 국채 수익률은 계속 상승해 6.350%까지 올랐다.
브라질 보베스파주가지수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
이날 수천명의 브라질 국민들은 거리로 나와 룰라 전 대통령의 복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 포스트(WP)는 "가장 힘있는 두 지도자가 거대한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정치적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많은 브라질 국민들이 이날의 결정을 반대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신문은 많은 브라질 국민들이 룰라의 복귀를 반대하고 있으며, 소수만이 룰라와 호세프가 소속된 노동자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수만명이 시위를 벌인 지 하루 만에 다시 이같은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