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17일 달러/원 환율이 전장 대비 20원 내린 1173.30원에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이 20원대 낙폭을 보인 것은 지난 2011년 9월 27일 22.70원 폭락 이후 4년 반 만에 최대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FOMC에서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비둘기파를 보이면서 달러화가 약세로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말(12월 30일, 1172.5원) 수준으로 되돌림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3월 정책금리를 현행 수준인 0.25~0.50%로 동결하고, 올해 2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지난해 12월 연준이 전망한 4차례 인상에서 절반이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소식이 발표되자 달러/원 환율은 이미 13.30원 하락한 1180.00원에 출발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코스피는 장중 한때 2000포인트를 넘는 등 연준의 완화정책에 호응했고, 외인 투자자들은 4천200억원 가량을 사들였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화(NDF) 시장 참가자들도 대대적인 롱스탑에 나서면서 달러화는 지속적인 하락 압력을 받았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롱스탑이 계속해서 나와 달러화 약세를 이끌었다"며 "아시아 통화가 강성 기조를 보였고 국내주식도 상승해 달러화가 폭락했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시장은 달러/원 하락 랠리를 이을 전망이다. 연준의 완화책으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이번 발표로 연준이 연내 2차례도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라며 "달러 매수 요인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유가 급락, 위안화 대폭 절하 등의 변수가 없다면 달러화는 하락세를 지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미국의 BHC법안 등을 감안하면 달러화 하락에 당국이 적극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달러화가 레벨을 지속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7일 미국은 한미 재무장관 면담에서 한국 정부에 환율 조작국을 제재하는 내용의 BHC 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장중 달러/원이 1173원 대에 진입하자 외환당국이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지만, 해당 법안으로 당국이 적극적 방어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달러/원이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20원 급락했기 때문에 내일 반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오늘 미국 증시가 차익실현으로 약세를 보인다면 달러/원은 소폭 반등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