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경영인 퇴진…신동빈 회장 체제 강화
[뉴스핌=강필성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49년만에 롯데제과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롯데제과의 정기 주주총회가 일사천리로 마무리되면서 롯데그룹 내에서 신 총괄회장의 입지와 역할도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롯데제과는 25일 서울 양평 롯데제과 사옥에서 제49회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과 민명기 롯데제과 건과영업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임기가 만료된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의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사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모태가 된 기업으로 그동안 신 총괄회장이 사내이사 자리를 한번도 놓지 않았던 곳이다. 따라서 그가 사내이사에서 퇴진하게 된 것은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체제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다.
특히 당초 반대 의견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신 총괄회장이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 주총은 별 다른 이변 없이 25분만에 종료됐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재계 1세대 경영인으로 꼽혀온 신 총괄회장은 이날 주총을 계기로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에 물러나며 사실상 은퇴 과정에 접어들 전망이다.
호텔롯데는 이달 중 진행되는 주주총회에서도 임기가 만료된 신 총괄회장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아울러 신 총괄회장이 사내이사 직함을 가지고 있는 부산롯데호텔, 롯데건설, 롯데자이언트, 롯데알미늄, 롯데쇼핑 등도 신 총괄회장의 임기가 만료 되는대로 재선임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내년에는 모든 계열사의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을 등에 업고 경영권 분쟁을 시도해온 신 전 부회장의 입지도 대폭 좁아질 전망이다. 사내이사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경영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사회에 참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받은 위임장을 통해 롯데쇼핑, 호텔롯데의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제기해온 바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신 총괄회장의 사내이사 퇴진과 관련 “고령으로 인해서 정상적 사내이사 업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 사내이사에 재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