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강세→수출채산성 악화→경기악화→상업용 부동산 수요 감소"
엔화강세에 4년만에 처음으로 일본 부동산 거래량 감소
[뉴스핌 = 김지완 기자] 연초 달러당 120엔을 호가하던 엔화가 107엔대까지 하락했다. '아베노믹스'와 함께 이어오던 '엔저' 흐름이 바뀐 것. 이로 인해 잘 나가던 일본 리츠펀드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리츠는 엔저 구간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기록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이 11%를 넘기며 전체 19개 해외부동산펀드 가운데 1~3위를 차지했다. 5년 수익률도 90%를 상회했다. 한화자산운용의 ‘한화Japan REITs부동산 1(리츠-재간접)(C 1)’이 101.17%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엔화 흐름이 바뀌며 일본 리츠시장에 불안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박철환 미래에셋대우 글로벌투자전략부 연구원은 “올해 들어 일본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과 임대료 증가세는 정체 상황”이라며 “엔화 강세는 일본 기업들의 수출채산성 악화→경기악화→기업이익률 악화로 이어져 결국 상업용 부동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이달 들어 4년만에 처음으로 일본 부동산 거래량이 감소했다. 이로인해 리츠로 들어오던 자금흐름도 약화되기 시작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부동산 투자 시장은 16조엔 규모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리츠(상장 부동산 투자 신탁)가 약 90%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강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4월 BOJ에서 추가금리 인하보다는 재정정책으로 갈 것”이라며 “추경·예산조기집행·매입자산 확대 등을 실시할 경우 금리인하보다는 통화약세 기조가 약화될 것”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와 구로다 일본중앙은행 총재는 언론을 통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수차례 쏟아냈다. 노무라증권은 “물가 2%에서 출구전략을 쓰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다만, 엔화 약세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제 유가가 변수로 꼽힌다. 유가가 상승하면 일본내 달러공급이 축소돼 엔화가 약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얘기다.
박유나 연구원은 “일본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유가가 올라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시장에서 유가상승을 인지하고 있어도 엔화강세에 베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제유가 보다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기대감 약화가 엔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한편 추세적 엔화강세에 따른 제2의 일본 버블 출현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철환 연구원은 “일본 버블기와 비교하면 가계·기업의 재정 건정성이 좋아졌다”며 “지가(地價)로 보면 버블기의 부동산 가격과는 큰 차이가 난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일본 엔화가 단기적으로 105 달러/엔, 중장기적으로 100달러/엔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