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팩, LA항에 자율주행 기술 도입…선적량 2배↑
주 정부 "자동화, 공해 줄일 수 있어…지원 적극"
[뉴스핌= 이홍규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 말고도 '자율주행' 바람이 부는 곳이 있다. 캘리포니아의 '부둣가'가 바로 그 곳이다.
LA항만 선적기지 모습 <사진=블룸버그통신> |
지난 25일 자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터미널 회사인 트라팩이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앤젤레스(LA)항에 자동화 기능을 도입해 화물 수송 시스템을 혁신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트라팩은 일본 국적선사 미쓰이OSK의 자회사로, 지난해부터 알고리즘과 자율주행 기능 등을 도입해 LA항 자동화 작업에 나섰다. 미국 수입 물량의 절반을 처리하는 캘리포니아 주에는 여러 개의 항만들이 위치해 있다. 이 가운데 LA항은 미국에서 가장 혼잡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 자율 주행 기능 도입으로 선적량 2배↑
LA항에 도입된 자율주행 운송차량 <사진=블룸버그통신> |
트라팩은 알고리즘 기술을 이용해 운송 차량에 빠른 경로를 안내해주고,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차량이 적재 적소에 컨테이너를 운반할 수 있도록 운송 시스템을 개조했다. 덕분에 컨테이너에 둘러싸여 차량끼리 부딪힐 일이 없고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할 이유도 없어졌다. 차량은 최대 시속 18마일(28.9km)까지 달릴 수 있다. 이에 따라 화물 선적량도 이전보다 2배나 늘었다.
트라팩과 LA항은 자율 주행 크레인 48대와 운송 차량 그리고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해 6억9300만달러(원화 8000억원 상당)를 쏟아 붓고 있다.
구글 알파벳의 컨설턴트인 래리 번스는 "자동화 기능이 기존 화물 시스템을 개조한 것 뿐만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라팩의 이 같은 시도는 캘리포니아의 친 환경 정책과도 맞물린다.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의 롱비치와 오클랜드 항도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한 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화물 이동에서 발생하는 공해 물질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이 때 발생하는 유독성 디젤 매연이 주 전체가 내뿜는 양의 50%나 되기 때문이다. 롱 비치 도시에 거주하는 아이들의 15%는 천식을 앓고 있다.
◆ "자동화로 공해 줄일 수 있어 적극 지원"
LA항에 도입된 자율주행 운송차량 <사진=블룸버그통신> |
캘리포니아의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오는 29일 '지속가능한 화물 운송 계획(Sustainable Freight)에 대한 초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는 공해 규제 뿐만 아니라 보조금 지급 등의 내용도 담겨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이미 이달 초 롱비치 항에서 하역 작업을 시작한 롱비치 컨테이너 터미널(LBCT)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견인 트레일러, 수송 차량 등의 자동화를 위한 설비 건설 작업에 재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LA항과 트라팩의 설비 투자금 6억9300만달러 중 6300만달러는 캘리포니아 주로부터 나왔다.
롱비치 항의 아트 웡 대변인은 "새로운 설비는 전력과 자율 주행 크레인 등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장비들이 터미널 화물의 2배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오염 물질은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캘리포니아 주의 이 같은 시도에 불만을 품기도 한다. 공해 배출의 진원지는 항구가 아닌, 저장 시설을 임대료 없이 사용하는 월마트와 같은 유통업체에 있다는 지적이다.
롱비치 항구의 존 슬랜저럽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비난은 피해갈 수 없다"면서 "이유는 공항에서 항공기가 지나갈 때 매연을 발생하듯, 어떤 기업에도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해와 관련해 단일 책임을 물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효율성과 환경 보호는 함께 하는 것이며 여기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성격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