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영 에너지 기업과 에너지 분야 프로젝트 추진 계획
[뉴스핌=김신정 기자] 올 1월부터 이란산 국내 원유 수입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란산 원유 덕을 톡톡히 본 정유사는 SK이노베이션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이란산 원유 수입 규모는 2285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22.8% 증가했다.
국내 정유4사 가운데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등 2곳 뿐이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각각 대주주인 미국 셰브론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의 관계로 이란산 원유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에너지를 통해 지난해 1분기 517만 배럴에서 올 1분기 764만 배럴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48% 가량 확대했다. 또 다른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은 같은 기간 80만 배럴에서 911만 배럴로 10배 이상 수입을 늘렸다.
현대오일뱅크도 올 1분기 610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도입했다. 지난해 보다 50%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들 정유사들은 이란 제재 당시 매분기 마다 수입량을 30%씩 감축해 왔다. 지난 1월 이란제재 해지 후 SK이노베이션이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 위주로 수입을 많이 늘렸다.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로 이를 정제하면 원유보다 싼 가격에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인 나프타 등을 생산할 수 있다.
그동안 카타르와 이란, 미국 등이 콘덴세이트를 수출해 왔지만 이란의 경제 제재 이후 수출이 중지되면서 카타르가 시장을 장악해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하지만 이란 수입이 가능해지면서 안정적인 가격으로 콘덴세이트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지난 1분기 7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SK이노베이션이 이란산 원유도입 덕을 많이 봤다. 한 증권사는 이란산 원유 도입으로 SK이노베이션이 연간 1200~1800억원 가량의 수익개선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2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원유도입 다양화로 마진 상승효과가 발생했다"며 "중동산 뿐 아니라 아프리카, 북미산 등으로 공급원료를 다양화해 마진효과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이 1조6000억원을 들여 콘덴세이트를 원료로 파라자일렌(PX) 등을 생산하는 설비를 구축해놓은 상태다.
지난 1990년부터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와 거래를 시작한 SK이노베이션은 이란과 원유도입 외에 다양한 에너지 분야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최태원 SK회장과 주요 에너지 계열사 CEO들은 지난 1일부터 대통령 이란 방문 경제사절단에 참석해 사흘동안 이란 국영석유회사, 국영가스공사 최고 경영진들과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SK에너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등 주요 에너지 계열사들은 이 자리에서 이란과 석유개발과 정제, 석유화학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수십년 전부터 이미 이란산 원유를 도입하고 있었으나 경제제재로 잠시 수입량이 줄였다가 다시 늘린 경우"라며 "다른 정유사에 비해 원유 도입이 다양해지면서 실적 향상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