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환시 무질서" vs 미국 "무질서 없다"
[뉴스핌=김성수 기자] 오는 20~21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엔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8일 블룸버그통신은 올 들어 달러대비 엔화 값이 10% 급등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외환시장 '불균형'을 놓고 일본과 미국 정책 당국자들의 의견 불일치가 나타나고 있어, 개입의 정당성 문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는 분석이다.
달러/엔 환율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일본 재무성의 외환정책 실무책임자 아사카와 마사츠구 재무관은 최근 니혼게이자이 신문 및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여전히 합법적 수단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 미국 "개입 중단해야" vs. 일본 "문제 없어"
이는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공개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일본 등 5개국을 환율조작 감시대상국으로 분류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토요타자동차는 엔화 강세로 해외 지역 이익이 환차손을 겪은 데 따라 올해 회계연도 순익이 5년 만에 처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일본 정부가 가파른 엔화 강세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것을 촉구했다.
더글라스 팔 카네기평화재단 부회장은 "엔화 값이 계속 상승해 왔다"며 "다른 나라의 수출 경쟁력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엔화 급등을 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과 미국 정부에서는 외환시장이 '불균형'인지에 대해 의견 불일치를 보이고 있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엔화 가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외환시장 질서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필요하다면 이번주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통화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엔화가 너무 극단적으로 움직일 경우 시장 개입을 단행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었다.
씨티그룹의 주요 10개국(G10) 외환전략 글로벌 부문 책임자 스티븐 잉글랜더는 "미국과 일본의 시각차는 주요 20개국(G20) 간에 외환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차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무질서해 지면 정책 당국은 개입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일본과 미국은 이 '무질서'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당국에서는 달러/엔이 무질서하며 불규칙하게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반면 미국 정책 당국자들은 '시장이 무질서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반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달러 강세가 재개되면서 엔화 강세 압력이 일부 완화된 것도 일본 정부의 환시 개입 정당성을 떨어트리는 요소다. 또한 일본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전반적인 엔화 강세 추세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배리 보스워스 시니어 펠로우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엔화를 매도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개입해도 시장의 힘이 이를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미국이 중국에 위안화 환율이 시장에 따라 움직이게끔 압력을 넣어온 상황에서 일본에만 외환시장 개입을 용인하는 특혜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스워스는 "미국이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은 용인하는 동시에 중국에 위안화 환율을 시장에 맞기라고 요구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