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시진핑 '눈치'보며 환율시스템 과거로 회귀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올해 초 극심한 외환시장 변동성을 경험한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개혁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각)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체 입수한 지난 3월 인민은행 의사록에서 은행 관계자들과 유명 이코노미스트들이 인민은행에 시장에 기초한 환율시스템 개혁을 다시금 요청했지만 돌아온 관계자의 답변은 "(인민은행의) 주된 과제는 환율안정(stability) 유지"였다. 이는 위안화 환율시스템 개혁이 고위 지도부 안중에 업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위안화 <출처=블룸버그> |
작년 8월만 하더라도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고 이는 중국 경제 개방을 위한 중요한 진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중국 관료들과 자문관들과의 인터뷰, 비공개 회의 내용 등이 담긴 의사록을 살펴본 결과, 당국이 위안화 환율을 면밀히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인민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은행은 공식 발표를 내놓진 않았지만 지난 1월4일 시장기반 환율 메커니즘을 버리고 과거처럼 중국 경제 상황에 맞게 일일 환율을 조정해오고 있다.
매체는 환율 개혁을 두고 이처럼 입장을 뒤집은 것은 중국 자본유출에 당국이 그만큼 경계심을 갖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위안화 자율화가 소비자에 힘을 실어주고 경제를 살리는 본 의도와는 달리 중국의 자본 유출 가속이라는 부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당국이 개혁 계획을 재검토하게 됐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시장과 규제 시스템을 두고 "미성숙한 상태"라고 평가한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시주석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데다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선출을 앞두고 있는 점도 개혁 움직임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배경이다.
한편 개혁 역행 분위기 속에 인민은행은 떨어지는 위안화 가치를 떠받치느라 죽을 맛이다.
지난 4월말 이후 위안화 가치는 3주 연속 하락했는데 위안화 안정을 위해 인민은행은 외환보유고를 계속 풀었고 지난 2014년 6월 4조달러에 육박했던 외환보유고는 4월 중 3조2200억달러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재무부 추산에 따르면 작년 8월부터 올 3월까지 위안화 방어를 위해 중국 당국이 처분한 외화자산은 4800억달러가 넘는다.
RBS 중국 이코노미스트 해리슨 후는 "구조조정과 개혁이 간헐적으로 진전되고는 있지만 기저에 깔린 위안화 하락 압력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는 금융시장 혼란 리스크가 여전히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