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달러 환율 연말 패러티 가능성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충격에 글로벌 자산시장이 통제력을 상실할 모습이다.
투자심리 냉각 속에 패닉과 투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주식과 채권부터 외환, 상품까지 자산시장 곳곳에 기록이 속출했다.
영국 파운드화 <출처=블룸버그> |
불안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려들면서 영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1%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수익률은 장중 0.925%까지 밀린 뒤 0.94%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보다 15bp 떨어진 수치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국민투표 발표 후 2조달러 증발한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린 결과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장중 1.482%까지 떨어지며 2012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뒤 낙폭을 축소, 장 후반 1.46%에 거래됐다.
영국 파운드화도 지난주에 이어 투매에 시달렸다. 헤지펀드 업계가 공격적인 숏베팅에 나선 가운데 파운드화는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해 장중 3.6% 폭락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1.31달러 선까지 밀리며 1985년 이후 최저치 기록을 새롭게 세웠다. 일부에서는 올해 말 파운드/달러 환율이 패러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스쿄샤은행의 숀 오스본 외환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영국의 EU 탈퇴 수순이 지연되면서 실물경기의 충격과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이 경우 파운드화의 장기 약세가 불가피하며 달러화에 대해 패러티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도 주장했다.
중국 위안화도 된서리를 맞았다. 브렉시트 충격 완화를 위해 중국 인민은행(PBOC)이 위안화 고시환율을 2015년 8월 이후 최대폭으로 상향,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데 따라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2010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 발표 후 부산하게 움직이는 런던 금융권의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주식시장에서도 새로운 기록이 속속 등장했다. 영국 은행주가 20%에 이르는 폭락을 기록한 가운데 유럽 주요 증시가 4개월래 최저치로 밀렸다.
뉴욕증시도 도미노 하락의 쓰나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다우존스 지수가 장중 한 때 300포인트 이상 폭락한 것을 포함해 주요 지수가 3개월래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다.
S&P500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인 2021을 뚫고 내린 것은 물론이고 장 후반 2000선 아래로 밀리며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이 밖에 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과 다우 운송지수도 일제히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곤두박질 쳤다.
반면 금값은 상승 흐름을 지속했다. 하지만 이날 위험자산 낙폭을 감안할 때 금값 상승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금 선물 8월 인도분은 2.30달러(0.2%) 오른 온스당 1324.70달러에 마감해 약 2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날 영국 정부가 금융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약발을 내지 못했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금융시장이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 정부가 비상 대책을 마련했다”며 “필요한 경우 보다 정교한 비상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영국 경제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구 총리 역시 국민투표 재청원 움직임을 거부한 한편 정부가 EU 회원국들과 경제적 연결고리를 최대한 강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측 발언이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팔자’에 제동을 걸기에는 힘이 턱없이 달렸다.
조나단 스텁스 씨티그룹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전반에 혼란과 불확실성이 만연하다”며 “투자자들은 실물경기 하강뿐 아니라 정치적 소요까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