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캐머런 원망 일축 "우리가 아니라 당신 때문"
독일 메르켈 총리 "단물만 빼먹으려는 시도 안 돼"
[뉴스핌=이고은 기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이주 정책에 관련해 섭섭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EU는 시종일관 영국 측과 뚜렷한 입장 차이를 견지했다.
28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에서 28개국 정상은 브렉시트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처음으로 EU와 대좌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미국과 영국 현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캐머런 영국 총리가 EU 정상회담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침통한 캐머런, "EU 이주정책 실패로 브렉시트" 토로
<사진=블룸버그> |
FT는 "이날 캐머런 영국 총리와 EU의 마지막 작별은 다소 감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이 유럽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유럽 지도자들이 이민를 통제할 수 있게 허락했더라면 브렉시트 사태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서운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한 프랑스 관료의 말을 빌리자면 캐머런 총리는 "(자신이) 요구해왔던 이민 관련 '긴급중단(emergency brake)' 조치를 EU 수장들이 승인해줬더라면 지난주 국민투표에서 승리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것이 국민투표가 '탈퇴'로 결정난 주된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 총리의 이 같은 주장에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융커 위원장은 "영국이 이민 때문에 EU 회원국 지위를 거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내가 받은 인상은 당신(캐머런)이 몇년에 걸쳐 EU에 뭔가 문제가 있고, EU가 너무 관료주의적(too technocratic, too bureaucratic)이라는 인상을 시민들에게 주입했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당신의 말을 믿었다고 놀랄 필요가 없다"고 비난했다.
◆ EU "영국, 단물만 빼먹으려는 시도 안 돼... 탈퇴 우선"
정상회담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캐머런 총리는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이 EU 회원국의 지위를 잃게 되어 매우 유감"이라면서, "EU의 다른 회원국들과 가능한 한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내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과 EU와의 온도차는 컸다. 영국 총리가 어떻게든 브렉시트 결정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면, EU의 주축국인 독일은 "브렉시트 결정을 뒤집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오늘 명백히 하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으며 영국의 의지를 각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둔 연방의회 연설에서 "영국은 '체리피킹(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취사선택해 이득을 보는 행위)'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EU에 속하고 싶어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사이에는 감지할 수 있는 차이가 존재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 같은 메르켈의 발언은 전날 브렉시트를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EU 단일시장 접근을 유지하고 거주 이전과 노동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새로운 EU 관계를 맺겠다고 말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이 투표의 결과에 따른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회원국으로서의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유럽의 단일시장에 접근하는 특혜만을 누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유럽은 당장 이혼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이날 메르켈 총리 및 EU 측은 영국의 탈퇴 통보 없이 협상에 관한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영국이 다시 EU에 잔류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겠다는 의미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