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충격 규모와 기간 '오리무중'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투자자들에게 호소합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파장에 대해 묻지 말아 주세요. 나도 모릅니다.”
고객 수를 기준으로 유럽 최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 홀딩스의 마이클 오래리 회장의 솔직한 얘기다.
상황은 그 밖에 주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파장과 변화가 불투명한 것은 물론이고 충격의 규모와 본격화되는 시점까지 모든 사안이 오리무중이라는 반응이다.
방향을 상실한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나섰다. 신규 설비 투자부터 고용까지 전반적인 지출을 동결, 고강도 긴축 경영에 돌입하는 움직임이다.
영국의 보다폰 영업점 <출처=블룸버그> |
5일(현지시각) 독일산업연합에 따르면 70% 가량의 기업들이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파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답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국민투표에 앞서 구체적인 비상 대책을 세운 기업은 지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역사적인 사건에 따른 후폭풍에 따른 리스크와 새로운 기회에 대한 파악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기 위한 실질적인 협상은 이른바 50조가 발동된 뒤 최소 2년이 걸릴 예정이다. 또 브렉시트가 유럽 단일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런던의 금융업계에 집중된 가운데 항공 업계도 커다란 혼란에 빠졌다. 컨설팅 업체 올리버 와이만에 따르면 영국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의 70%가 국제선이며, 이 중 53%는 유럽 다른 지역으로 운행한다.
파운드화 급락은 연료를 포함해 항공사들의 비용을 대폭 끌어올리는 요인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유럽 전역 항공 업계의 규정과 감독의 틀이 달라질 수 있다.
건설업과 통신업 등 그 밖에 유럽 주요 산업도 ‘플랜 B’란 없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탈리아의 건설업체 포치의 모리지오 포치 최고경영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경영 실무 측면에서 브렉시트가 몰고 올 파장을 정확히 가늠하는 일조차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영국 매출 비중이 높은 프랑스 건설 자재 업체 시에 드 생 고뱅 역시 브렉시트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통신업체 보다폰 그룹은 국민투표 이전 브렉시트가 결정될 경우 유럽 다른 지역으로 비즈니스 거점을 이전할 뜻을 밝혔지만 실상 결과가 나온 뒤에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브렉시트를 근거로 올해 이익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는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켜 실물경기 전반에 악순환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