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키우고 싶은데…예상보다 커진 경쟁·적자 우려
[뉴스핌=강필성 기자] 올해 하반기 서울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 마감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면세업계의 눈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기업 3곳, 중소기업 1곳의 사업권을 두고 주요 사업자들이 대대적으로 나서기도, 모른척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분명 정부의 허가산업인 시내면세점 사업권은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현시점에서 매력적이지만 내실로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지난해 시내면세점에 진출한 사업자들은 대부분 수백억원의 적자를 끌어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면세점 경쟁이 본격화되기 이전 업체 간 이해득실 계산이 분주할 수밖에 없다.
25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4일 마감되는 면세입찰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이다. 이들은 지난해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잃으며 멀쩡한 면세점을 폐점했던 곳. 어떻게 해서든 사업권을 회득하겠다는 포부가 가득하다.
하지만 그 외의 사업자들의 분위기는 미묘하다. 현재 유통업체인 현대백화점과 기존 면세사업자인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워커힐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이 출사표를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해 시내면세점 도전에서 낙방했던 이랜드그룹을 비롯해 신규면세점 사업자인 갤러리아면세점, 두타면세점 등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3개의 대기업 티켓을 두고 최대 8개사가 다투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 중이다. 여기에 제3의 기업이 참전을 선언할 경우에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분명 시내면세점 사업권은 매력적인 과실이다. 정부에서 향후 관세법 개정 등을 통해 특허권 만료 5년마다 입찰 경쟁을 하는 대신 완화된 재승인 심사를 통해 사업 연장을 가능도록 하면서 이 사업권의 가치는 올라갔다. 무엇보다 이번 연말 4곳의 시내면세점 사업권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진입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폐점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진=롯데면세점> |
면세점 경쟁력을 높이고 싶은 면세점 사업자들에게 이는 놓치기 힘든 기회다.
최근 오픈한 신규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자에게 복수의 시내면세점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바잉파워(Buying Power)’가 생긴다는 이야기”라며 “기존에 판매하던 상품들을 보다 싼값에 들여올 수 있게 돼 가격경쟁력, 수익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신규 시내면세점을 오픈하면서 명품 브랜드 앞에 ‘을(乙)’이 됐던 면세사업자에게 바잉파워는 절실한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마냥 사업권에 도전하기에는 계산해야 할 것이 적지 않다. 연말 신규 시내면세점이 늘어난 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불과 작년 이맘때 6개에 불과했던 시내면세점이 연말 4개의 사업자 추가로 총 13개에 달하게 된 것이다.
면세점 개수는 두 배 이상 늘었지만 관광객 수는 그렇지 못했다. 무엇보다 기존 면세점의 여전히 굳건한 집객능력은 신규 시내면세점에게 적잖은 곤욕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시내면세점 관계자는 “지금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들은 대부분 1년만에 수백억원의 누적적자를 내는 중”이라며 “그럼에도 매출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아 업체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HDC신라면세점이 그나마 10억원의 하루 매출을 기록 중이지만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갤러리아면세점63과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일 매출이 6억원, 5억원에 불과하다. 두타면세점과 SM면세점은 일 매출이 3억원, 2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오픈 당시 이들이 하루 매출 목표가 1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런 실적은 적잖은 충격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신규면세점들은 매출 목표 조정을 기정사실화 하는 상황”이라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폐점하면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적자가 쌓이고 기대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또 다시 배팅을 할 수 있겠냐의 문제다. 신규 시내면세점 출점시 투자금액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유통업계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비용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각사의 고민이 이르면 9월쯤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 경쟁에는 각사가 앞다퉈 선심성 사회공헌 공약까지 내세웠지만 오는 하반기 면세점 경쟁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변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누가 출사표를 던지느냐에 따라 업체간 계산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