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선제적 대응으로 아크릴섬유 관세율 절반 낮춰
초기대응 실패한 유정용강관은 무혐의 판정 뒤집혀
[뉴스핌 = 전민준 기자] 갈수록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에 국내 철강‧화학기업들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수입규제 자문단을 구성하거나 정부와 함께 수입규제 현지 대응반을 설치하는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17일 철강 및 화학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은 수입규제 변호사 등 통상 전문가들과 수입규제 자문단을 구성, 상시 운영하면서 적극적인 피소 대응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는 해외에서 덤핑 제소가 이뤄졌을 때만 테스크포스팀(TFT)을 구축하는 수시 운영과 다른 개념이다.
관련업계는 자문단을 통해 제소국의 조사과정에 체계적으로 대응, 무혐의판정 혹은 낮은 관세율을 끌어내는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제소국의 조사, 즉 답변서 등에 대해 적극적인 소명이 이뤄지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현지정부가 추정한 피해 마진 전액을 반덤핑관세로 부과한다"고 전했다.
또, 화학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조사가 일단 시작되면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대응에 시간, 노력이 많이 요구돼 초기단계부터 반덤핑 전문가와 공동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7월 중국 상무부의 한국 및 일본, 터키산 아크릴섬유(Acrylic Fibers)에 대한 반덤핑 조사 최종판정에서 일본, 터키기업들은 8.2~16.1%의 관세율을 부과 받았지만 태광산업은 4.1%로 최저치였다.
관련업계에서는 초기부터 전문가들과 적극 대응한 것이 태광산업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진성백 국제통상 전문 회계사는 "해외에서 반덤핑 조사가 이뤄지면 관세율이 부과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태광산업 경우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대응해 경쟁사보다 낮은 관세율이 책정, 오히려 중국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제소국가가 제시한 답변서에 기재누락 등으로 예비판정 때보다 훨씬 높은 관세율을 부과 받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4년 7월 미국이 한국산 유정용강관(OCTG)에 대한 반덤핑 최종판정이다. 당시 미국상무부는 '무혐의' 예비판정을 뒤집고 9.85~15.75%에 달하는 관세율을 세아제강과 넥스틸 등 에너지강관기업에 매겼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당시 일부 강관기업이 답변서 일부를 분실하는 등 체계적이지 못 한 부분이 있었다"며 "미국정부는 불성실한 답변을 빌미로 높은 관세율을 부과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철강‧화학업계에서는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유관부처와 적극적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내기업과 정부가 수입규제 현지 대응반을 구성, 미국이나 중국, 인도 등 주요 수출시장에 파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정부도 최근 비용을 부담하기로 결정하는 등 지원에 적극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조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현지 업계의 제소 가능성을 지속 확인하고 현지 정부의 반덤핑 관련 동향을 가까이에서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화학업계 관계자는 "보통 한국산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수요처는 반덤핑제재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 현지 대응반이 이들의 여론을 현지 정부에 전달하는 것도 도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 철강‧화학기업들이 수입물품에 반덤핑 제소를 거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실제 포스코는 한국철강협회, 무역위원회 등과 중국산 열연강판에 반덤핑 제소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는 해외기업의 반덤핑 제소에 맞대응 하는 것이 아닌 저가 수입물품에 대한 대응전략이다.
진성백 회계사는 "글로벌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으로 들어오는 수입물품도 늘고 있다"며 "국내기업들도 반덤핑 제도를 적극 활용, 내수시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