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27개, 20개는 '국산용'?
[뉴스핌=한태희 기자] 정부가 보건산업 7대 강국이란 청사진을 내놨지만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첫 국산 신약이 나온 지 17년이 지났지만 해외시장 성공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보령제약이 내놓은 '카나브' 등 신약 몇 개를 제외하면 '토종 신약'이 해외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 27개 중 6~7개 신약만 해외에 진출했다.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가 해외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이 발생한다. 항생제 '팩티브(LG생명과학)'와 항생제 '시벡스트로(동아에스티)'도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항궤양제 '놀텍(일양약품)'는 해외에서 본격적인 매출이 기대된다.
반면 약 20개 신약은 국내용에 머물고 있다. 항암제 '선플라주(SK케미칼)' 등 4개 품목은 생산 실적이 전혀 없다. 막대한 돈을 투입해 개발한 신약이지만 상업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
제약사 관계자는 "개발부터 시판까지 수천억원이 사용되는데 연 매출이 몇십억원대라면 성공했다고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에 안착한 신약이 드물다 보니 연 매출이 1억달러(약 11000억원) 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도 없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3년 내놓은 '제1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에서 내년까지 연매출 1억원이 넘는 블로벅스터급 신약을 1개 이상 키운다고 발표했다.
또 오는 2020년엔 이를 3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카나브' 매출은 지난해 1년 기준 395억원에 그친다. 정부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것.
2013년 '제1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 / <자료=보건복지부> |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은 3개에 불과하다. '팩티브'와 '시벡스트로',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SK케미칼)'. 이 중 앱스틸라는 지난 5월 FDA 시판 허가를 받은 신약으로 시장에 안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제약사 관계자는 "연구비 투자가 신약 개발로 이어지고 매출 증가로 연결돼 또 다른 신약 개발로 이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이런 구조가 아니다"라며 "제약사가 제네릭(복제약)이나 다른 사업으로 번 돈으로 연구비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약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글로벌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