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23일 우리은행 지분 인수전에 LOI 제출
[뉴스핌=우수연 기자] 잇따른 대형 M&A 실패 이후 '심기일전'한 한국금융지주가 대형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23일 한국금융지주는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우리은행 지분 매각 입찰에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우리은행 매각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중인 우리은행 지분 중 30%를 과점 주주 방식으로 쪼개 파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LOI 최종 마감에는 키움증권과 사모펀드 등 10곳이 넘는 회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 건물 <사진=김학선 기자> |
◆한투, 우리은행 지분인수로 은행채널과 시너지 기대
회사 측은 이번 인수전 참여 배경으로 ▲높은 우리은행의 배당성향 ▲낮은 PBR 수준 등 투자관점에서의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업계는 이를 넘어 한국투자증권과 우리은행의 시너지를 통한 사업 다각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내부에서도 두 번의 M&A 실패 이후 은행채널과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부분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왔었다. 한국금융지주가 매각전에 참여했던 현대증권도 KB금융그룹의 산하로 들어갔고, 신한금융투자도 은행과 PWM 등 연계 사업을 통해 급성장하며 한투를 바짝 쫓고 있기 때문.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실장은 "우리은행도 과거에 우리투자증권과 시너지를 냈던 경험으로 증권채널에 대한 니즈가 있을 수 있고, 한투도 주력회사인 증권에 은행과의 협업을 기대할 수 있는 조합을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도 "과점주주 참여시 한투증권과 운용 등을 은행채널과 함께 활용하면 시너지가 가능하다"며 "사외이사 파견 등 경영참여를 통해 은행업 사업확장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입찰로 가져올 수 있는 지분이 최대 8%이기 때문에 경영권을 가져올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지분을 늘려 과점주주가 된다면 충분히 은행 경영에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한국금융지주는 이전부터 꾸준히 은행업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2012년에도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검토한 바 있고 2014년 입찰에서도 잠재 인수 후보자로 거론돼 왔다. 다만 2012년 당시에는 우리은행 자체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드리워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우리은행 실적이 추세적으로 개선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적인 관점에서도 충분히 인수를 타진해볼 여력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나서면서 인터넷은행으로 진출에도 적극적인 스탠스다. 카카오뱅크 본인가와 동시에 한국금융지주는 은행지주사로 전환될 예정이다.
다만 산업자본이 은행지분 50% 이상을 확보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계속해서 미뤄지면서 인터넷은행을 통한 은행업 진출이 예상보다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금융지주 입장에선 언제 통과될지 모르는 법안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보다는 기존의 대형은행으로의 투자로 선회하는 방안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 한투증권, 4조원대 자본 확충 물건너가나
한편, 이번 인수전 참여로 기존에 논란이 있었던 한국투자증권의 자본확충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가 내놓은 '초대형 IB 육성방안'에 따르면 적어도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맞춰야 증권업에서 추가적인 업무확대를 할 수있는 상황. 하지만 이를 두고 한국금융지주 내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지난 8일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은 "한국금융지주 ROE가 현재 10% 수준인데 한국투자증권 ROE는 현재 8% 정도다. 나머지는 다른 계열사들이 분발해서 ROE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정된 지주의 자원을 증권을 증자시키는데 써야되느냐 하는 고민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단 이번 은행 지분인수 본입찰에 참여한다면 적어도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 이에 더해 증권사의 자본을 4조원까지 확충할 수 있을지 여부는 한층 불투명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투지주에서도 초대형IB 방안에 따라 한투증권을 초대형으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다각화를 추구할 것인가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시도했던 M&A 결과가 좋지 않았기에 M&A를 통한 자본확충에서 선회해 은행 채널을 통한 파트너 확보가 더욱 필요할 수도 있다"고 덧붙엿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