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속보

더보기

[이영태칼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이 실패한 이유

기사입력 : 2016년10월04일 07:51

최종수정 : 2016년10월04일 08:18

“정치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섬겨야 합니다”

전라남도 곡성 ‘촌놈’임을 자부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대한민국 정치사의 중심에 우뚝 섰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국회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과정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이레 째인 지난 2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국정감사 복귀가 확정된 직후 단식을 중단했다.

그는 3일 여의도성모병원을 찾은 김성원 대변인을 통해 “지난 4일간(업무일 기준) 국감에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께 죄송하고 사과드린다"며 "의원들은 잃어버린 4일을 국민에게 보상하기 위해서라도 한 톨의 쌀알을 대패질하는 심정으로 집중력과 섬세함을 갖고 민생 국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의 단식이 실패로 끝난 이유는 정 의장 사퇴를 관철시키지 못했거나 일주일 만에 단식을 중단해서가 아니다.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단식농성을 벌인 이 대표로 인해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파업’과 ‘태업’을 반복하는 난장판이 됐다.

“우리 사회에서 무노동·무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집단이 국회의원일 것입니다. G20 국가 중에서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안 지키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일 것입니다. 선거제도가 정착된 나라들 중에서 단식투쟁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나라도 바로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입니다. 여기에서부터 바로 우리 국회의원의 특권이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2년 전인 2014년 10월31일 국회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국회의원들의 명분 없는 단식을 질타했던 이 대표의 발언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일 단식을 끝내고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대표는 지난 8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계의 적극적 지지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힘입어 비박계 단일화 후보였던 주호영 의원을 누르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는 ‘흙수저’도 아닌 ‘무수저’ 출신임을 강조하며 “헌정 이래 최초의 호남 출신 보수정당 대표”가 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이 대표는 2017년 대통령선거에 나설 여당 후보로도 거론된다. 이른바 새누리당에서 운위되는 ‘호남연대론’의 실체가 바로 이 대표다. 며칠 전 만난 한 정치권 인사는 “현재 친박계가 고려하고 있는 대선후보는 2명”이라며 “한 명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고 다른 한 명이 이정현 대표”라고 귀띔했다.

이 인사의 분석에 따르면 친박계가 고민중인 것은 박근혜 정부 이후의 정치공학이다. 현 정부와 여당 주류인 친박계가 권력을 유지하면서 파산하지 않는 방법, 나아가 차기 정권의 정치보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인사를 내세우는 것이다. 친박계가 외치와 내치를 분리하는 ‘이원집정부제’와 영남을 기반으로 일부 호남 표만 잠식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호남연대론’을 탄생시킨 배경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여당 불모지인 전남 순천에서 다선 국회의원의 상징인 3선 의원이 됐다. 그것도 선거구 재획정으로 고향인 곡성이 떨어져나간 상태에서 ‘순천 보은’을 외치며 여당 유일의 호남 3선 국회의원이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12년 전 당 대표와 부대변인으로 맺은 인연은 2008년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2012년 인수위원회 정무팀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 초대 정무수석으로 이어졌다. 이후 홍보수석까지 겸직하다 19대 보궐선거와 20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됐다.

◆ 홍보수석 이정현과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은 다르다

청와대 정무무석을 맡고 있던 이 대표가 홍보수석을 잠시 겸직하던 3년 전 여름 어느 날 있었던 일이다. 일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도움이 되라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김대중 정부 공보수석 재직 중 있었던 일화를 들려준 적이 있다.

“모든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박지원 의원도 기자들의 호불호가 크게 엇갈린다. 그러나 박 의원을 접해본 기자들 누구나 그를 호평하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부지런함과 피드백이다. 박 의원은 청와대 공보수석 재직중 새벽마다 출입기자들이 일하는 춘추관을 들러 정보를 제공하는 등 부지런히 스킨십을 가졌다. 과음한 다음날에도 출입기자들과 사우나를 같이 하면서 정국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기자들의 호감을 샀다. 피드백은 콜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취재기자가 전화를 하면 당장 못받을 경우 나중에라도 반드시 리턴콜을 해 기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당시 이 대표는 주의 깊게 경청하며 수첩에 메모까지 했다. 이후 청와대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이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 전 춘추관을 찾아 그날그날의 대통령 일정과 청와대 주요 행사 등을 브리핑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물론 춘추관 아침브리핑 정례화가 그때 이 대표에게 해줬던 조언 때문인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피드백에 대한 조언도 이후 전화취재를 해보면 충실히 지켜지고 있다는 감을 받았다.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당시 이 대표가 “전남 곡성 촌놈이 서울 올라와서 국회의원 하고 청와대 수석까지 됐으면 진짜 출세한 것 아니냐”며 “나는 진짜 욕심 없는 사람이다. 이 정부에서 열심히 일하고 정계에서 은퇴할 것”이라고 말했던 일이다. 이 발언은 당시 오찬 자리가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했고 꼭 진심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기사화하지 않았었다.

3년 전 일을 회고하는 이유는 이 대표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누구의 ‘심기 경호실장’이나 일개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이 아니라 대한민국 집권여당의 대표이자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정치인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아마 ‘촌놈인 내가 여기까지 올라온 것은 박 대통령의 배려 덕분이니 죽는 날까지 초심을 갖고 충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을 것 같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힌 유승민 의원(전 여당 원내대표)이나 진영 의원(박근혜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으나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이견으로 갈라선 후 더불어민주당으로 총선 출마)을 반면교사로 삼아 저런 정치인은 절대 되지 않겠다고 결심 또 결심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문제는 과정(공천)이야 어찌 됐든 이 대표를 국회의원과 여당 대표로 만들어준 것은 순천시민이고 대한민국 국민이지 박 대통령이 아니라는 점이다. 왜 국감까지 포기하면서 집권여당 대표 최초의 단식농성이라는 무리수를 둬야 했단 말인가?

이 대표는 ‘촌놈’과 ‘무수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치인이다. 또 말보다는 발로 뛰는, 땀내 나는 정치를 선호한다는 사람이다. 이 대표의 블로그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노래 가사는 가수 인순이가 부른 <거위의 꿈>이다. 이 대표가 <거위의 꿈>을 자신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은 아닐 것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블로그 표지.

이 대표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섬김의 대상도 박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한다. 필부의 조언도 경청하는 이 대표라고 믿는다.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섬겨야 이 대표가 원하는 정권재창출도, 새로운 새누리당도 가능할 것이다.

정치인의 꿈은 대통령과 자신이 아니라, 국민의 꿈을 대신할 때 숭고하고 아름답고 힘을 얻는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선임기자 (medialyt@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해병대원 특검법' 국회 본회의 상정…與, 필리버스터로 맞불 [서울=뉴스핌] 김윤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원 순직사건 외압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제출한 '채 해병 특검법'이 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즉각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요구서를 제출하며 맞불을 놨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종결동의' 제출 24시간 후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로 중단할 수 있다. 이날 민주당이 15시 45분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를 제출함에 따라, 특검법은 24시간 토론을 거친 뒤 오는 4일 오후 표결이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 제415-45차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상정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2024.07.03 pangbin@newspim.com 국회는 이날 본회의 첫 안건으로 박찬대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전원 명의로 제출된 '순직 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 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상정했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2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상정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전날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던 도중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발언으로 여야 간 고성이 오가며 본회의가 파행돼 불발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채상병 특검법안이 상정되면 의사 진행 발언과 함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엄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같은 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4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해병대원 특검법을 상정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공고히 했다. 당초 이들은 대정부질문 이후 채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 올리겠다는 계획이었으나,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여당에 맞춰 의사일정을 변경하고 특검법을 먼저 상정했다. 무제한토론이 이뤄짐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은 파행됐다. 채해병 특검법이 오는 4일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15일을 꽉 채워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민주당이 당초 목표했던 채해병 순직 1주기인 7월 19일 직전에 국회 재표결이 가능한 셈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야당이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해병대원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후 국회에 되돌아온 특검법은 재의결 필요 요건인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채우지 못해 폐기 수순을 밟았다. yunhui@newspim.com 2024-07-03 16:11
사진
김건희 여사, 한밤 중 시청역 참사 현장 찾아 조문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김건희 여사가 서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현장을 찾아 헌화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김 여사는 지난 3일 밤 10시 50분쯤 짙은 색 치마를 입고 조화를 든 채 사고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의 방문은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으로 자료를 배포하지는 않았지만, 김 여사를 알아본 시민이 사진을 촬영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3일 시청역 참사 현장을 찾은 김건희 여사.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김 여사는 현장 인근에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조성해놓은 추모공간에 헌화한 뒤 잠시 자리를 지키다 떠났다. 앞서 지난 1일 시청역 교차로에서 60대 제네시스 차량 운전자 A씨가 몰던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부상자는 7명이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A씨는 경찰에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현장에는 고인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parksj@newspim.com 2024-07-04 08:59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