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투기 규제 정책보다 통화정책에 민감
통화완화 없이는 부동산 투기자금 A주 유입 힘들 것
[뉴스핌=강소영 기자] 국경절 연휴 기간을 이용해 중국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투기 규제정책을 쏟아낸 후 '갈 길을 잃은'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 A주에 활력을 더할 수 있을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 주요 주식 전문가들은 '부동한 투기 제한령'이 단기적으로는 A주로 자금 유입을 촉진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주식시장 활성화 효과를 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인민은행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한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으로 대규모 시중 자금이 A주로 방향을 선회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 A주 장기 침체 속 부동산 투기 자금 일부 주식시장 유입 조짐
2분기 중국 주요 증권사들은 9월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쏟아냈다. 이른바 '주가가 오르고 (시장에) 뭔가 먹을거리가 있다'는 뜻의 '츠판(吃飯 밥을 먹다) 장세'를 예견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9월 상하이종합지수는 2.62% 하락했다.
올해 1~분기 A주는 15.1%나 하락해 글로벌 주식 시장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 기간 6조위안(약 994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중국 증시가 침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내 유동성 부족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시작된 정부의 전국적 초강력 부동산 투기 정책에 일부 주식 투자자들은 일말의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10월 1일부터 시작된 국경절 연휴 기간, 대다수 국민이 장기 여행에 떠나있을 때를 틈타 중국 지방정부는 잇달아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발표했다.
"여행 잘 하고 돌아오니 갑자기 부동산 매매 자격이 사라졌다"라는 우스개 나올 정도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편승해 부동산 투자를 하려고 마련했던 시중의 자금들은 하루아침에 '갈 길'을 잃은 셈이다.
중국의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투기 규제정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일부 자금이 A주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간 조정기를 거친 A주가 이미 매우 비싸진 부동산에 비해 투자 리스크가 적은 데다, 부동산 매매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서 최근 부동산 투기 자금으로 사용하려던 자금을 A주 상품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
궈진(國金 국금)증권도 부동산 시장과 A주에는 한 쪽이 내리면 다른 한 쪽이 올라가는 '시소 효과'가 있다면서, 최근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이 시중 자금의 A주 유입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통화 완화 정책없이는 부동산 투기 자금 증시 유입 힘들어
그러나 부동산 투기 규제를 통한 A주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지배적 견해다. 단기적으로 일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 소폭의 주가 상승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A주를 본격적인 상승장으로 견인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
부동산 가격이 ▲ 부동산 관련 정책보다 인민은행 통화 정책 스탠스에 더욱 민감하고 ▲ 최근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 시행 시점이 중국 부동산 가격 본연의 주기에 역행하며 ▲ 통화 긴축 기조 하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시중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을 촉진하기 힘들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우선 부동산 투기 규제 정책이 부동산 시장 거품 해소와 가격 하락이라는 본연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과거 중국 부동산 정책과 주식시장의 관계도 이러한 견해에 힘을 실어준다.
광파(廣發 광발)증권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도 이후 중국 부동산 시장 추이를 보면 부동산 가격은 일정한 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주기 변화에 정부의 행정적 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즉, 정부가 부동산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발표한 정책이 시장에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뜻.
2005년 이후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약 3년에 한 번 꼴로(2008년 9월, 2011년 9월, 2014년 5월) 일시적 하락장이 연출됐지만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 가격은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보다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스탠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최근 중국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 내용과 시장 분위기는 지난 2010년 5월 중국 주요 대도시의 '부동산 구매 제한령(이하 제한령)'과 유사하다.
당시 '제한령'의 효과는 불과 2개월 지속하는 데 그쳤고,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
그러나 그 후로 약 1년 뒤인 2011년 9월 중국 부동산 가격이 실질적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는데, 이는 인민은행의 통화긴축 정책·경제성장 둔화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의 부동산 투기 규제 정책 시행 시점이 중국 부동산 시장 본연의 가격 흐름에 역행하는 것도 '효과 반감'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다.
최근 10년 동안 중국 부동산 시장이 통상 3년에 한 번씩 조정기를 맞았다. 지난번 조정기는 약 2년 4개월 전, 과거 주기와 비교해보면 아직 부동산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할 시기다. 지난 2010년의 경험에서 비추어 볼 때, 이 같은 시기에는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 외에도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부동산 가격 하락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설사 이번 부동산 투기 규제 정책이 성공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 효과를 낸다 해도 시중 자금이 A주 시장으로 유입된다는 보장도 없다.
과거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의 흐름을 분석해 보면, 통화 완화 시기 부동산 가격 하락은 주식시장에 호재가 되지만, 통화 긴축 스탠스 속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도 시중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지 않았다.
지난 2008년 9월과 2014년 5월 두 차례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인민은행의 통화완화 정책 주기와 맞물려 있었다. 당시 주식 시장은 초기 하락세를 보였지만 후반 큰 폭으로 올랐는데, 이는 대규모 부동산 시장 자금의 A주 유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2011년 9월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를 맞았을 때 인민은행은 지속적인 통화 긴축 정책을 이어갔다. 그해 12월 5일 지급준비율 인하가 단행되면서 긴축 통화 정책이 일단락됐지만, 이 기간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동시에 A주 시장도 큰 폭으로 요동치며 하락 추세를 이어갔다. 다시 말해 가격 하락에 부동산 시장을 떠난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인민은행은 긴축 성향 통화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국경절 연휴 전에도 대규모 공개시장 조작에서 유동성 흡수를 지속했다.
최근 각종 회의 석상에서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의 발언도 긴축 통화 정책을 시사한다.
그는 "글로벌 경제의 회복과 함께 중국도 신용대출 규모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광파증권은 연구 보고서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가 통화 정책 스탠스를 고려할 때 우리는 A주 시장이 현재와 같은 하락 횡보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