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9월 물가 2년래 최고치, 미국-유로존도 들썩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구촌 곳곳에 인플레이션이 청신호를 내고 있다. 디플레이션 공포에 빠졌던 유로존을 필두로 영국과 미국까지 물가가 고개를 들었다.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데다 비전통적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식품 코너의 미국 소비자 <출처=블룸버그> |
18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로존 9월 인플레이션이 전월 대비 0.4% 올랐다. 연율 기준으로도 소비자 물가는 0.4% 상승해 2년래 최대 폭으로 뛰었다.
상황은 영국도 마찬가지다. 파운드화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영국 9월 인플레이션은 1%를 기록했다. 이는 약 2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영국 물가는 8월 0.6% 오른 데 이어 가파른 상승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의 물가 상승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인플레이션이 2018년까지 3~4%선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앨런 클라크 스코샤뱅크 애널리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파운드화의 기록적인 하락이 음식품부터 의류까지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이는 환율과 연계된 인플레이션 상승의 시작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역시 연율 기준 1.5% 뛰며 국제 유가 폭락이 시작된 2014년 이후 최대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주 발표된 미시간대학의 소비자 인플레이션 기대 지수는 6년래 최저치로 하락,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이 지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수치는 가파른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상승 폭보다 형태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와 기업의 경제 성장 기대감이 높아진 데 따른 물가 상승이 아니라 주택 가격과 유가 상승이 주도한 인플레이션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물가가 오를 뿐 기업의 투자 확대와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내구재 가격이 2.3% 떨어진 것을 포함해 주택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는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 밖에 중국의 공장 출하 가격이 5년만에 처음 상승한 것도 글로벌 경제 전반의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해소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투자 보고서를 통해 재정 측면의 경기 부양이 가시화되면서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유럽 주요국이 긴축 정책을 종료할 것이라는 기대와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을 옹호하는 의견이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도이체방크는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이 10월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을 1.8%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12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닐 두타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 미국 경제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노동 시장의 개선도 인플레이션 전망 및 실제 수치 개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물가 상승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여지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채권 트레이더들이 예상하는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70%까지 상승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