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펀드·가계부채 두고 마찰했지만, "보는 방향 다르지 않을 것"
[뉴스핌=김선엽 허정인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 수장으로 다시 머리를 맞대게 됐다.
두 사람은 지난 1년간 주요 정책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피력하며 마찰음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명실 상부 경제 투톱으로 만남에 따라,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수렁에서 끌어올리기 위해 대결보단 협력 모드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신임 국무총리에 김병준 현 국민대 교수를 내정했다. 또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임종룡 현 금융위원장을 내정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부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월 5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6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경제 수장의 책무를 맡게 된 임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제 1차관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연세대 경제학과 78학번이다. 지난해 3월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이 총재 역시 같은 연대 상대(경영학과) 출신으로 학번은 이 총재(70학번)가 앞선다. 이 총재는 2014년 4월 한은 총재에 임명됐다.
별다른 충돌이 없던 두 사람은 올해 들어 경제 정책을 두고 마찰음을 내곤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자본확충펀드와 가계부채 대책이다.
올해 4월 총선을 전후로 해 정부 여당은 한은이 참여하는 자본확충펀드를 제안했는데, 이에 대해 한은 윤면식 부총재보가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재정의 역할을 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이례적으로 반박했다.
이후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결국 한은은 자본확충펀드 출자를 결정했다. 외형만 놓고 보면, 정부의 압력에 한은이 굴복한 듯 보이지만 한은이 여러가지 조건을 자본확충펀드에 내걸었던 점에 비춰보면, 백기항복은 아니라는 것이 한은 내부의 평가다.
예컨대 한은은 10조원을 한꺼번에 국책은행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 필요가 있을 때마다 금통위 승인을 통해 지원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을 취했다. 도덕적 해이가 방지될 수 있도록 시장 실세금리 이상의 금리를 적용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자본확충펀드가 부실 기업 구조조정의 신속한 전개를 위해 금융위 쪽에서 꺼내든 카드였다면 가계부채 정책에 대한 선공은 이 총재가 먼저 금융위 쪽에 던졌다.
이 총재는 8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해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한은 기준금리 인하와 주택매매 활성화로 대출 수요가 확대됐음에도 7월 중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감소한 점으로 미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안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씨름 속에 결과적으로 정부는 '8·25대책'을 내놨다. 이후에도 가계부채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한은과 금융위는 신경전을 벌였다.
이처럼 다소 거리를 두고 파열음을 냈던 두 경제수장이지만, 향후 경제 운용의 방향은 큰 틀에서 보면 엇비슷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가계부책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란 분석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임 내정자가 금융위원장으로서 자본확충펀드를 주장한 것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며 "지금 이슈는 가계부채이기 때문에 한은과 보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임 위원장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 미시적 규제를 통해 대응하면, 한은 입장에서 통화정책 여력은 더 넓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장병화 한은 부총재는 "임 내정자가 금융위에 있으면서 한은과 많은 업무를 같이 했다"며 "합리적이고 능력도 있고 열정도 있다"고 말했다.
또 "커리어를 보면 거시경제와 금융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 아주 잘 할 것으로 우리는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