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회사채 스프레드 급등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회사채 수익률 프리미엄이 지난 7월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유로화 표시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된 것은 벤치마크 대비 유로존 채권의 상대적인 투자 리스크가 상승했다는 의미.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회사채 매입 효과가 이른바 ‘트럼프 충격’에 무너진 셈이다.
유로화 <사진=블룸버그> |
23일(현지시각)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유로화 표시 회사채의 스프레드를 나타내는 지수가 이번주 77bp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하는 동시에 미국 대선 직전 65bp에서 가파르게 뛴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달러화 표시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완만하게 하락해 대조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유로존 회사채의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은 미국 대선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시장 금리가 급등했고, 펀더멘털이 취약한 유로존이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이 유럽 경쟁 업체에 비해 미국 기업들에게 더욱 커다란 이점을 안겨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유로존 신용 여건을 악화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ECB가 회사채를 자산 매입 프로그램에 포함시킨 것은 지난 6월부터다. 이후 은행 측이 사들인 회사채 규모는 440억유로에 달했다. 전례 없는 통화정책이 본격적인 결실을 맺기도 전에 트럼프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조소 데이비스 바클레이즈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ECB의 자산 매입으로 기업들이 얻었던 반사이익이 여러 요인으로 인해 거의 소멸됐다”며 “이 가운데 대표적인 요인이 미국 대선”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 가운데 특히 채권 투자자들이 주시하는 부분은 법인세 인하와 해외 이익금 환입에 대한 세금 인하다.
공약이 이행될 경우 미국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재무건전성이 강화되면서 회사채 시장의 투자 매력 역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미국 대선 결과 이외에 내달 이탈리아의 헌법 개정 국민투표와 내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리스크 역시 채권시장의 스프레드를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UBS의 아민 피터 글로벌 신디케이트론 헤드는 “유럽 정치권의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