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건 기업들, 우리는 먹고 살기 바빠”
자칫 '지역행사'에 머물지 않을까 우려도
[평창=뉴스핌 김규희 기자] 강원도 평창의 칼바람은 매서웠다. 최순실이 휩쓸고 가서인지, 스산하기까지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까지 1년 남짓 남은 2016년 11월, 올림픽 열기를 느끼기 위해 평창을 찾았다.
그러나 올림픽 열기는 온데간데 없고, 이상한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자리한 2018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취재차량으로 둘러싸였다. 최순실과 그의 조카 장시호의 올림픽 이권개입 의혹 때문이다.
“그래도 경기장은 다르겠지” 기자는 애써 외면했다. 기우가 아니었다.
25, 26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열린 스노보드 빅에어 경기장. 이 대회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테스트이벤트 중 하나다.
올림픽을 앞두고 시설과 운영능력 전반에 대한 점검이 이뤄진다. 여형구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사무총장은 “최순실 파문은 테스트이벤트로 정면 돌파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썰렁했다. 관람객 직장인 이미정(35)씨는 텅 비어있는 관람석과 경기장 주변을 가리키며 “무료입장인데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걱정이다. 황량한 느낌마저 들 정도”라고 했다.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최모씨도 “요즘 국정이 ‘최순실 사태’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는 탓인지 국제대회 분위기가 전혀 안난다”며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평창올림픽에도 이런 분위기가 될까 겁난다”고 걱정했다. 경기 중 리프트가 고장나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 25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스노보드 빅에어’ 예선 경기가 열렸다. 몇몇 관람객들이 경기장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핌 김규희 기자> |
그렇다면 이 곳 주민들은 올림픽 특수를 실감할까. 아니다. 남의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강모씨는 “조직위에서는 평창올림픽 경제 효과가 32조라고 하지만 실제 주민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고 했다.
또 “주민 사이에서 도는 소문에는 평창 땅 대부분은 서울사람들 소유”라며 “주민들은 대부분 농사 짓고 살기 때문에 경기장 근처 숙박시설, 음식점, 관광객 유치 등의 지역경제효과는 딴세상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경기장이 있는 ‘알펜시아 스포츠파크’ 이외에는 숙박시설도, 음식점도 마땅치 않다. 예선전이 진행된 25일에는 관람객 1200여 명, 26일 결선에는 3000명이 경기를 관람했지만 이들은 대부분 경기장 내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경기장 안에 자리잡은 먹거리 시설을 이용할 뿐, 차로 10분 이상 가야하는 시내 음식점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경기장과 가장 가까운 대관령면 시내는 태권도 도복을 입은 아이 4명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질 정도로 조용했다.
직장인 송모씨는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평창올림픽이 자칫 ‘지역 행사’에 머무는 것 아닌가”라며 크게 우려했다.
알펜시아스포츠파크 주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매일 조직위에 배달가는데도 스노보드 대회가 열리는 줄도 몰랐다”며 “우리 같은 서민들은 먹고 살기 바쁜데 올림픽은 무슨 올림픽이냐. 최순실같은 사람이야 올림픽하면 좋다고 찾아와서 먹을 것 잘 빼먹겠지만 우린 관심 없다”고 외면했다.
택시 운전사 김모씨도 “여기 근처에 숙박시설이 어디에 있는가. 지금 짓고 있는 선수촌 외에는 기업들이 운영하는 리조트 밖에 없다. 당연히 돈을 버는건 기업들”이라며 “평창올림픽을 개최한다고 해도 우리같은 서민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우린 먹고살기 바쁘다”고 토로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