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유출 규제 해외 기업으로 확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서 자금을 빼내지 못해 동동걸음을 치고 있다.
중국 외환감독 당국이 기업들의 위안화 및 달러화 자금 거래를 대폭 강화한 데 따라 반출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10분의 1로 줄어들었기 때문.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달러화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위안화가 뒷걸음질치자 중국 정부가 대규모 자금 유출을 차단하고 나선 데 따른 결과다.
위안화 <사진=블룸버그> |
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은행권에 기업들의 자금 이전을 대폭 제한할 것을 주문하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연말 자금 거래에 커다란 차질을 빚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경우 간단한 서류 절차만으로 5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중국에서 해외로 위안화나 달러화 형태로 반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며칠 사이 이전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500만달러로 대폭 줄어들었다. 대기업들의 경우 일상적인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데 부족한 금액이라는 것이 경영자들의 얘기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급락과 대규모 자본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최근까지 다각도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감독을 강화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기존에 발표된 M&A가 지연되거나 좌절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본 통제의 수위를 높이면서 국내 기업에 집중됐던 규제가 해외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의 한 대기업 제약사의 경우 중국에 예치된 수억 달러의 자금 가운데 일부를 반출하는 문제로 재무 담당 책임자들이 직접 중국을 방문, 외환 당국과 논의해야 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관리들은 이 제약사의 재무 책임자에게 앞으로 이와 관련된 마찰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비할 것을 권고했다.
중국을 방문했던 이 경영진은 WSJ과 인터뷰에서 “불과 1년 전과 상황이 180도로 달라졌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들이 2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 자산을 해외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국가별 상황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조사 어베 오디트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들이 대중화권에 예치한 자금이 상당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의 자금이 78억1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고, 코닝의 대중화권 자금이 10억달러를 넘어서는 상황이다. 이 밖에 TE 코넥티비티와 웨스턴 디지털의 자금이 각각 4900만달러와 46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편 중국 은행권은 지난달 대선 이후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대규모 자금을 반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위안화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 승리 이후 가파르게 하락, 최근 2008년 중반 이후 최저치로 밀렸고, 연초 이후 6.2% 하락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