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준조세 연 6조~20조, 법인세 절반 수준"
[뉴스핌=장봄이 기자] 최근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싸고 정부가 개입한 재단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후진적인 한국 경제의 틀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 관련 각종 기부금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6일 국회도서관에서 '기업 준조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세미나를 열고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로 기업의 준조세가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정치적·음성적 기부금 청탁을 근절하기 위해선 '준조세청탁금지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기업이 부담하는 준조세가 연간 6조~20조원 수준으로, 이는 법인세의 절반 수준"이라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준조세가 너무 많아서 외국과 법인세율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기부금 전면 금지는 순수 공익목적의 학술단체 등 활동도 위축시키고 메세나 운동 등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 예외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6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기업준조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세미나 <사진=뉴스핌> |
그러면서 "기금 특별회계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이 준조세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기금과 특별회계를 평가하고, 통폐합·단순화 해 준조세를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징수, 사용내역과 효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불필요한 준조세 징수를 근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황인학 한국경제원 연구위원은 "법인세보다 준조세가 더 많다. 세금 외의 방법으로 기업이 부담하는 게 많은 기형적 구조"라며 "상당 부분이 비자발적 기부금인데 이는 준조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형태다. 나라와 지역, 법치주의를 망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투명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투명성이 너무 없다"면서 "청와대 역시 정보공개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하지 않아서 신뢰없는 사회가 된 것이다. 공개성을 갖도록 시민운동을 이끌어내는 게 국회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기업 준조세의 개선 방안, 입법과제에 대해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직자가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해 민간에 청탁하는 경우 처벌할 법률 규정이 없다"면서 "기업에 기부금이나 준조세를 강요하고 각출하거나 기업 임직원에 인사 청탁을 하는 경우 김영란법 개정안에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김영란법 제5조 2항을 신설해 개인이나 법인, 법인이 아닌 단체 등에게 기부금, 인사청탁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17조에 재산상 이익은 반환하도록 하는 규정도 추가했다.
이에 대해 황인태 중앙대 경영대 교수는 "기부를 하고 기부자가 더 많은 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다"면서 "수령자와의 거래 관계, 과거 3년과 예상되는 향후 관계 등도 공지할 필요가 있다. 명백히 공시하지 않을 경우 마케팅 비용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엄청난 기부금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 잘못된 점을 어떻게든 막고 기업이 경쟁력을 키워 경제를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며 "소위 '삥뜯기'를 방지하는 것을 법으로 해야하지 않겠나. 관련 법안에 대해 논의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장봄이 기자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