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옥상옥'감독기관 신설 법안 등 글로벌 흐름과 역행
[뉴스핌=한기진 송주오 기자] 20대 국회 정무위원회에 발의된 법안은 총 162건으로 발의주체인 정부와 국회의원은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보훈 등 금융업과 관련 없는 사안을 제외하고 정부 발의 법안 23건은 모두 ‘규제완화’를 담았다. 반면 의원 입법(139건)은 정반대다.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와 달리 의원입법은 모두 새로운 규제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의원입법은 대부분 국민 정서에 기대어 금융사를 옥죄는 황당한 규제를 담고 있는 '포퓰리즘' 법안들이 다수다.
◆ 금융노조 입장만 반영한 성과연봉제 저지 법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사 성과연봉제를 금지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개정안을 지난 10월 발의했다. 현행법은 성과에 연동해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대상을 대통령이 정하는 임직원으로 해, 그 범위가 넓다. 박 의원은 금융사 전 직원으로 성과연봉제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일부 임원이나 금융투자업무 담당자만을 성과보수제의 대상 임직원으로 지정하라”고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박 의원이 지난 6월 금융노조와 간담회를 갖고 ‘성과연봉제’ 반대에 공조키로 합의한후 발의됐다. 성과연봉제는 노사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노조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받는다.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도 금융사의 시어머니를 ‘셋’으로 늘리는 법을 대표발의했다. 은행· 증권·보험사가 연계하거나 결합한 복합금융상품 판매를 통합 관리 규제할 가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할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을 냈다. 법안에 따를 경우 금소원은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 시 제재는 물론 판매금지 명령권까지 갖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금융위도 같은 취지의 법안을 내놨는데 금소원 설립은 제외했다. 관리감독기관이 금융위, 금감원에 이어 한곳이 더 늘어나면 금융사의 부담이 늘어날 것을 고려했다.
낙하산 방지 등 취지는 좋지만 경영권 침해 우려를 낳는 법안도 발의됐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기업은행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하는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위원회에서 추천한 임원(전무이사, 이사, 감사) 후보 중 금융위가 임면하라는 내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은행장을 내부절차 없이 금융위가 후보를 정하는 게 낙하산 논란의 핵심이지 임원 선임은 행장의 의사가 거의 반영되기 때문에, 핵심에서 벗어난 법안이고 시중은행도 행장후보추천위는 있어도 임원 대상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경영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 글로벌 트렌드와 역주행하는 '규제양산' 의원입법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규제완화’를 금융개혁의 핵심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9월 이후 금융위가 내놓은 23건 법안 모두 규제완화를 담았다. 특히 이달 국무회의를 통과한 금융지주사와 은행, 보험사 등 금융사에 대한 과태료 및 과징금을 대폭 상향하는 은행법 등 관련법 개정안은 금융위가 권한을 일부 포기하고 과태료로 맞바꾼 법이다. 보통 행정 부처는 규제 권한을 절대로 놓지 않으려는 ‘규제본능’이 있다.
반면 의원입법은 반대로 가고 있다.
장범식 숭실대 교수는 “금융 자체가 충분한 자율성을 가진 상태에서 산업으로써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며 “입법에 따른 효과와 실제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