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비리 적극가담·뇌물수수 혐의 확정될 경우 탄핵 가능성↑
[뉴스핌=이보람 기자]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판결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했던 판결문에서 언급된 탄핵 해당 사유가 오히려 박 대통령의 현재 상황과 일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한 시위대가 촛불을 들고 청와대 방면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과 새누리당 비박계 등 국회의원들은 오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에 표결에 들어간다. 국회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최종 결정은 헌재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헌재는 지난 2004년 이미 대통령 탄핵에 대해 중대한 결정을 한 차례 경험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지지해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게 탄핵의 핵심 이유가 됐다. 이밖에 측근 비리와 국민재신임 투표 제의로 인한 헌법 위반 등도 판결의 대상이었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의 일부 법 위반 행위는 인정되나 국민이 권리를 위임한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가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탄핵은 결국 기각됐다.
그러나 지금 박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는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주목할만한 것은 측근 비리에 대한 언급과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 두 가지다.
두 대통령은 모두 탄핵안에 측근 비리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측근 비리를 알고도 방조했다는 혐의를 찾지 못해 탄핵의 이유로 불충분하다는 판결이 났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최도술 등의 불법자금 수수 등의 행위를 지시·방조했거나 기타 불법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소추 사유는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아니다. 심지어 측근 최순실 일가의 비리를 알고도 방조한 수준이 아니라 이에 적극 가담한 정황이 포착되기까지 했다. 앞서 최씨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씨를 비롯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 등 이번 사태의 핵심인물 세 사람을 구속하면서 이들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공모 혐의를 적시한 바 있다.
당시 헌재가 제시한 '대통령을 파면할 만한 중대한 사유' 사례에 박 대통령이 해당된다는 점도 탄핵안 가결의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 대목이다. 구체적인 예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법 위반 외에도 뇌물수수, 부정부패, 국가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 등 이다.
헌재는 특히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여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행위를 하는 경우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돼, 더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조만간 수사를 개시할 특별검사가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탄핵 최종심판일보다 앞서 입증할 경우 박 대통령의 탄핵 가결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중요한 국정을 민간인과 논의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임의로 부여하는 등 국정을 농단한 사실과 실제 국민의 신임이 밑바닥까지 곤두박질 친 것도 헌재 심판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 2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2주 연속 4%대를 기록 중이다. 역대 대통령중 최저다. 특히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지지도가 0%대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3일 6차 촛불집회 때 전국에서 주최측 추산 232만명이 참여하는 등 국민의 민심은 차갑게 돌아선 상태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