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조선 생산·수출 모두 마이너스 성장 전망..LNG 등 일부 수요 회복..매출 연결 시점까지 생존 '관건'
[뉴스핌=조인영 기자]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해 온 조선업계가 내년엔 더욱 극심한 생존위기에 직면할 전망이다. 수주절벽으로 일감이 급감하면서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되면서 허리띠를 졸라 맸던 조선사들은 '생존'을 화두로 각자도생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8일 삼성중공업에 대해 10억달러(1조1600억원) 규모의 선박형 해양플랜트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사진=삼성중공업> |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발주량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11월까지 발주량은 1048만CGT로, 지난해의 28% 수준이다. 한국의 수주잔량은 2046만CGT로, 13년 5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해운 시황 악화로 화주들은 앞서 발주했던 상선과 해양플랜트 물량 인도를 잇따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이런 와중에 보호무역주의와 글로벌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내년 실적도 예단할 수 없게 됐다.
열악한 국내외 환경은 조선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규수주에 직격탄을 맞은 국내 조선사들은 대형·중소형 가릴 것 없이 설비 매각에 돌입했으며 인력도 대대적으로 축소했다.
올해 3분기 내내 적자를 본 대우조선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산업은행·수출입은행으로부터 2조8000억원의 자본확충을 받았다. 55%를 차지했던 해양 비중을 30%로 축소하고, 인력도 약 1500명을 내보냈다. 서울 사옥을 포함해 비핵심자산 매각은 모두 팔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도크(3개) 가동중단에 이어 잔고 부족으로 군산조선소까지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도크 1개 가동중단, 비생산자산 매각 등으로 덩치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은 인건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진통 끝에 가까스로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았다. M&A에 실패한 SPP조선은 내년 초면 사업장 문을 닫는다. 성동조선도 최근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내년은 더더욱 어렵다. 산업연구원은 '2017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공급심화로 인한 수요 침체로 내년 조선산업의 생산과 수출, 내수와 수입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비중이 높은 조선은 올해 수출액이 지난해 보다 11.8% 감소한 약 353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엔 이 보다 13.1% 떨어진 307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생산 규모도 2015년 1270만CGT에서 올해 1220만CGT, 내년 1070만CGT로 눈에 띠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생산능력 조정이 없을 경우 가동률이 50%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료=한국개발연구원(KDI)> |
조선산업 재편을 위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3사를 2사로 줄이는 방안이 대두됐지만 정부가 구조조정을 미루면서 생존경쟁만 야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7년이 조선사들의 생존을 결정짓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수주가 없었기 때문에 진짜 고통은 내년에 시작된다. 돈이 들어올 곳이 없으니 매출 축소가 불가피해진 기업들은 구조조정으로 손실을 만회하려고 할 것"이라며 "기업이나 근로자들에게나 굉장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친환경선박 이슈 등으로 내년부터 일부 수요가 전망되지만 매출로 연결되는 시점은 1~2년 뒤다. 그 때까지 모든 조선사가 생존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분사로 덩치를 줄이는 이유도 각 사업별로 각자도생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거대공룡 보다는 리스크를 분산시켜 사업 경쟁력이 있으면 살리고 없으면 과감히 아웃시켜 사업 효율화를 극대화하려는 방침"이라며 "길게는 내후년까지의 생존게임에서 조선사 개수는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관공선 조기발주, 내수선박 신조지원 프로그램 추진 등으로 올해보다는 수주가 늘어날 전망이다. 또 최근 감산 합의로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중단됐던 해양플랜트 재개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팀장은 "선복과잉에서 해체량 증가, 발주 감소 과정으로 수급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세일가스 물동량이 많아지면서 LNG선 발주와,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을 비롯해 컨테이너선에서도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는 "LNG선이 가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다. LNG벙커링, 관련 플랜트 부문과 탱커선(유조선)에서 조금씩 좋아질 것으로 본다"며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은 아직까지 남아도는 배가 있어 풀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