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수혜 일시적…구조 개혁 지연될 수도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엔고로 머리를 싸맸던 일본은행(BOJ)과 아베 신조 총리에게는 일단 한 숨을 돌릴 여유가 생겼지만 동시에 이러한 트럼프 효과가 일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21일 월가 금융지 배런스는 트럼프 당선 이후 엔화가 가파른 약세를 보이면서 일본 수출업계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동시에 엄격한 개혁 추진이라는 아베 신조 총리의 과제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화는 11월 1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이 끝난 뒤로 11%가 밀리며 1995년 이후 최악의 한 달을 보내고 있다. 11월 초 104엔 수준에 거래되던 달러/엔 환율은 한국시간 기준으로 22일 현재 117엔을 넘어서고 있다.
달러/엔 환율 5년 추이 <출처=블룸버그> |
BOJ의 바람대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기업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동시에 내년에는 아베 총리가 추진해 오던 임금 인상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감도 함께 고조되고 있다.
이달 BOJ가 통화정책을 동결한 것 역시 이러한 낙관론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로 일본 경제와 미래가 마냥 장밋빛일 것이란 기대는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 기대 만발 트럼프 효과, 아직 불확실
트럼프 효과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하는 우선적인 이유는 트럼프 정책이 아직은 불확실하다는 데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대적으로 재정 부양을 약속하고 무역 전쟁과 규제완화를 예고하고는 있지만 관련 계획은 취임일이 다가올수록 나날이 바뀌고 있어 그의 공약을 무조건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중국을 염두에 두고 달러 평가 절하를 일부러 꾀할 경우 달러/엔이 다시 100엔으로 곤두박질 치는(엔화 강세) 것도 시간 문제다.
또 다른 리스크는 일시적인 엔화 약세 효과로 일본 경제 미래에 더 중요한 구조개혁 노력이 자칫 게을러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엔화는 지난 여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직전에도 가치가 30% 급락한 적이 있는데 급격한 엔화 약세를 겪고도 일본 경제의 경쟁력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장기 디플레이션 탈출이나 기업들의 급여 인상 등도 없었다.
오는 26일로 4년째를 맞는 아베노믹스는 여태 통화정책 만으로는 디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없으며 구조 개혁이 있어야만 진정한 경기 회복 및 장기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일시적인 엔화 약세에 도취되어 구조 개혁을 게을리 했다가는 일본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은 결코 개선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