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과 애리조나 기념관 방문 위령
중국 "진주만 방문으로 역사청산? 독선적 사고"
[뉴스핌= 이홍규 기자]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하와이 진주만 애리조나 기념관을 찾아 전쟁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과거 일본의 진주만 공격에 대해선 반성이나 사과하지 않았다.
<사진=AP통신> |
27일(현지시각) 아베 총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진주만 추모 기념관인 애리조나 기념관에서 헌화한 뒤 10분간 연설했다. 미일 양국 정상이 진주만에 모여 희생자에 위령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통역관을 통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영혼에 진실하고 영원한 애도를 표한다"면서 "이 자리에서 시작된 전쟁의 희생자 모두에게 감정을 털어놨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의 공포를 두 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연설에서 말했다.
아베 총리는 미국의 태평양 함대를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고 20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을 사망하게 만든 1941년 진주만 공격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방문 당시 원폭 투하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만큼 일본 역시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의 재건에 있어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미일 동맹 관계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쟁이 끝났을 때 일본은 비참한 빈곤을 겪고 있었으며 끝도 없는 황폐한 국가였다"면서 "미국과 미국의 선량한 시민들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입을 옷과 음식을 보내줬다"고 말했다.
또 "서로 전쟁에서 싸운 나라인 미국과 일본이 깊은 동맹국이 된 것은 역사적으로 드문 사례"라면서 "관용의 마음이 빚어낸 화해의 힘이 두 나라를 엮어낸 힘이며 내일은 여는 희망의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 앞서 양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약 27분 가량 진행된 이 회담에서는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날드 트럼프 정부를 염두에 둔 양국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일본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일본에게 미군 주둔비 부담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어 양국 동맹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총리의 이번 행보에 대해 "진주만 희생자에게 위령한 것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 청산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독선적인 것이며 중국 및 아시아 국가들과 화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침략의 역사를 정직하게 깊이 반성하고 과거와 청산하라"고 요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항공모함을 서태평양으로 진출시켜 훈련을 실시하고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이 진척되는 동북아 태평양 안보 정세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일본은 미일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과 관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향에서 트럼프 정부와 신뢰관계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