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수주전 둘러싸고 경쟁 과열…"양강체제 여파"
[뉴스핌=최유리 기자] 금융권 IT 사업 '맞수' SK(주) C&C와 LG CNS 간 격화하며, 대형 수준전의 판세가 잇따라 뒤집어 지고 있다. 금융 차세대 시스템 시장이 양강 체제로 굳어지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SK(주) C&C·LG CNS CI=각 사> |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최대 금융 프로젝트로 꼽히는 2000억원 규모의 산업은행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한 달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1일 SK(주) C&C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경쟁사인 LG CNS가 이의를 제기하면서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한 법률 검토를 거쳐 SK(주) C&C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상실을 통보했다. 이어 내주 안에 세 번째 입찰에 들어갈 예정이다.
LG CNS가 문제로 지적한 것은 SK(주) C&C 컨소시엄의 인력 구성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아이티센 직원 소속을 허위로 밝히고 입찰에 참여했다는 주장이다.
LG CNS 관계자는 "아이티센 인력은 협력업체인 지티원 소속이며 이를 산업은행 평가위원에서 이미 지적했다"면서 "RFP(입찰제안요청서)와 다른 내용을 명시한 것은 자격 상실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주) C&C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보전을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산업은행 측에 재직 기준이 되는 시점을 사전에 확인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SK(주) C&C 관계자는 "RFP와 산업은행 공식 질의응답에서 입찰 참여가 아닌 본 계약을 기점으로 재직 여부를 증명하면 되는 것으로 가이드를 받았다"면서 "인력이 옮기는 일은 종종 있으며 자격을 상실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신경전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전부터 시작됐다. 개발방법론에 대한 신뢰도나 컨소시엄 파트너사들의 이력 등을 문제 삼으며 공방을 주고받았다. 입찰 참여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결국 산업은행 차세대 시스템 구축 일정은 두 차례 유찰로 지연된 상황이다.
갈등이 빚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상반기에도 2500억원 규모의 교보생명 차세대 금융 시스템 구축을 두고 양사가 맞붙은 가운데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SK(주) C&C는 개발 방식 문제로 한달 만에 협상이 결렬되자 의혹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돌연 자문단이 조직되고 여기에 경쟁사와 밀접한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협상 결렬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돌았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탈락 이후에도 LG CNS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를 두고 금융 시스템 구축이 SK와 LG 2파전으로 굳어지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3년 IT 서비스 업계 1위인 삼성SDS가 금융사업에서 철수하며 시장은 양강 구도가 됐다. 대기업의 정부 공공사업 참여 제한으로 금융 사업이나 예외적으로 참여가 허용된 공공사업의 중요성은 커진 상황이다.
내년에도 국민은행(2500억원 규모), 국민카드(1500억원 규모), 우체국금융 등 굵직한 금융권 사업을 앞두고 있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수천억원이 투입되고 장기간 유지되는 금융 시스템이기 때문에 신뢰도도 중요한 측면"이라며 "대형 사업마다 잡음이 발생하면 당사자뿐 아니라 협력사와 고객사 입장에서도 득이 될 게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