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37.7% 증가…기저효과·조업일 수 감안해도 긍정적
고용 등 내수 활력 저하는 부담
[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연초 수출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일고 있다. '무색무취'(?)하다는 평가 속에 취임 1주년을 맞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 수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관가에 따르면 유 부총리가 지난달 재신임 이후 경제 콘트롤타워로서의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유 부총리는 미국까지 날아가 뉴욕에서 한국경제설명회를 열고 한국 세일즈에 나선 상황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유 부총리가 재신임 이후)많이 밝아진 것 같다"며 "갑작스레 교체 통보를 받은 셈이었으니 아무래도 기분이 썩 좋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미국 뉴욕에서 '한국경제설명회(IR)'를 개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지난해 1월 13일 취임 후 유 부총리는 숨가쁘게 달려왔다. 수출을 비롯해 생산, 소비, 물가 그리고 고용 등 경제 전반에서 나아지는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고용에선 청년실업률이 갈수록 치솟았다. 그나마 정책효과에 힘입은 내수 만이 상대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낸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다만, 딱히 두드러진 존재감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아쉽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무색무취'하다는 얘기가 들린다"면서 "애는 썼겠지만, 딱히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지금의 유 부총리는 뭔가 마음을 새로 다잡은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에 내정되면서 유 부총리는 경질 위기에 처했다. 그러던 것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경제를 다시 유 부총리에게 맡기면서 그는 기사회생했다.
재신임을 확인한 유 부총리는 지난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부총리 직에 있는 한 당연히 (경제정책의) 중심을 잡고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대선 일정을 감안했을 때, 최대 6개월 여가 될 남은 임기 동안 지금까지와는 다른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단 새해 들어 출발은 나쁘지 않다. 내수 부진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그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수출이 조금씩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지난 11일, 올해 1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수출이 116억달러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37.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123억달러로, 38.6% 늘었다. 물론, 기저효과와 조업일 수 증가 등의 영향이 컸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이 같은 수치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일평균 수출액이 2016년 14억2000만달러에서 2017년 15억5000만달러로 증가한 것을 보면, 올해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서는 분명 좋은 출발"이라며 "수출 뿐만 아니라 수입 역시 지난해 연초와 비교해 큰 폭의 신장세를 기록한 것은 국내 교역사이클의 회복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수출단가 회복과 글로벌 경기 회복 그리고 4차 산업혁명 및 트럼프노믹스에 따른 글로벌 투자사이클 회복에 따라 국내 수출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 부총리는 새해 첫날 인천신항을 방문, "올해 수출이 3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다만, 고용 부진 등의 부담은 여전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업자 수가 2016년에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청년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치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모든 역량을 다할 것임을 공언했지만, 그리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유 부총리는 전날 한국경제설명회에서 "탄핵정국, 미국 신정부 출범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이를 헤쳐 나갈 능력이 있다"며 "앞으로도 적극적 거시정책, 구조조정, 가계부채 관리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의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