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김종에 정유라 '공주승마' 언론대응 지시
장관 건너뛰고 '직보'도..."朴, 정유라 직접언급 충격"
"삼성 등 동계영재센터 지원, 합법절차 따랐다"
[뉴스핌=이보람 김규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 지원을 직접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최 씨가 고영태 전 이사의 회사라던 스포츠컨설팅회사 더블루K 지원을 정부에 직접 요청한 사실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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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는 23일 이번 탄핵심판의 제8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오전 재판에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증인으로 출석, 체육계 '국정농단'에 대한 신문이 이뤄졌다.
김 전 차관에 따르면 김기춘 전 실장은 "대통령이 체육계 관심 많으니 관련자를 만나 체육계 비리를 척결하고 깨끗한 체육계 만들라"고 말했다. 그가 임명된 후 첫 임무였다.
이후 그는 하정희 교수의 추천으로 최순실 씨를 처음 만났다. 하 교수는 이달 20일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대리 수강'을 기획한 혐의(업무방해)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 무렵 김 전 차관은 최 씨가 정윤회 씨 부인이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는 줄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또 "이후 연락이 와서 필요한 게 있으면 한 달에 한 번 또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만났다"며 "업체 지원부탁이나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 운영하고 싶다고 제안서를 가져와 만났다"고 말했다. 최 씨가 운영하겠다던 프로그램 중 하나는 K스포츠재단이 추진했던 '종합형 스포츠클럽 거점사업'이었다.
미르·K스포츠재단 운영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스포츠컨설팅회사 더블루K에 관한 증언도 나왔다.
김 전 차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더블루K를 직접 소개해줬다"며 "최순실 씨도 더블루K가 유명한 회사라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또 "최 씨가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배드민턴팀과 펜싱팀을 창단, 더블루K를 도와줘야 한다는 말을 들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헌재소장 주재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이는 앞서 탄핵법정에 증인으로 섰던 최 씨의 증언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최 씨는 지난 16일 탄핵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더블루K는 고영태 회사"라며 "자본금만 댔고 사업계획 등을 모두 고영태가 짰다"고 증언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 지원을 시사한 발언도 확인됐다. 김 전 차관은 "2014년 4월 박 대통령이 '정유연(개명 전 정유라)같은 끼 있고 능력있는 선수를 위해 영재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정유라의 이름을 직접 언급해서 충격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정 씨의 '공주승마' 논란이 언론에서 보도되자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로 자신이 직접 언론대응에 나섰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최근 논란이 된 김 전 실장 '직보'와 관련한 설명도 나왔다. 김 전 실장이 실제로 김 전 차관에게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신 자신에게 문화체육계 관련 사안을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문화체육계에 박 대통령이 관심을 두고 있었다는 이유에서지만 유 전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 청와대와 갈등을 빚고 있었던 상황이다.
아울러 김 종 차관은 자신이 받고 있는 직권남용·강요 혐의와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부인했다. 김 전 차관은 "안종범 전 수석이 삼성 등 대기업에 재단 출연금을 요청한 사실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고 답했고 삼성과 GKL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해서도 "합법적인 절차에 따랐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