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의 전쟁' 트럼프, '다른 사실'로 '사실' 덮을까 우려
[뉴스핌=이영기 기자] 트럼프의 백악관은 대통령 취임식 참가자 수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 반박하면서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정치적 정당성을 저해하는 언론보도에 대해 매일 조목조목 반박할 것이라는 것이 백악관의 입장이다.
지난 22일 라인스 프리버스(Reince Priebus) 백악관 비서실장은 팍스뉴스선데이(Foxnews Sunday)를 통해 "언론들이 이전 취임식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의 참가 인원수를 비교 보도한 것은 트럼프의 정치적 정당성을 침해하려는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프리버스는 "언론들이 앞을 다투어 트럼프를 공격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사안에 대해 매일 한 번씩 특히 일요일에는 두 번씩 조목조목 반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날 켈리엔 콘웨이(Kellyanne Conway) 백악관 수석고문도 NBC와의 대담에서 "대변인 션 스파이서(Sean Spicer)가 참가자 수에 대한 '다른 사실(Alternative facts)'을 내놨다"고 소개했다.
스파이서는 전날 백악관 성명서에서 취임식 참여인과 관람자 수에 대한 언론보도를 반박하는 다른 숫자를 제시한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전날 오후 스파이서는 백악관 브리핑실에서 트럼프 취임식 참관자수를 두고 "실제 참가한 개인과 전세계의 청취자수는 사상 최대"라고 발표했다.
스파이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숫자를 이용했다. 트럼프 취임식 하루 전체 워싱턴 지하철 이용객 수를 2009년 오바마 취임식 때 오전 11시까지의 이용객 수와 비교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오전 11시까지 지하철 이용객 수는 150만명이었다.
스파이서는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지 않았으며 백악관이 취임식에 참석 한 사람들의 수를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닐슨 미디어(Nielsen Media)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식 TV시청자수는 평균 3600만명 정도였. 2009년에는 거의 3800만명이 오바마 취임식을 보았고 로널드 레이건 (Ronald Reagan)의 첫 취임식 때는 4180만명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언론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지난 토요일 CIA본부에서 트럼프 대통령는 자신과 미국정보기관 사이에 '불화'를 만들어낸 언론인들을 "지상에서 가장 부정직한 인간들"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또 자신의 취임식에 "100만명에서 150만명의 인원이 취임식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사진판독 전문가들은 실제 참가인원은 2009년 오바마의 취임식 때보다 훨씬 적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워싱턴 시 당국에서는 2009년 당시에는 180만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한편, 취임 후 트럼프와 대변인의 이 같은 뻔한 주장들은 그렇지 않아도 상습적 거짓말쟁이라는 비난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평가된다.
특히 콘웨이가 스파이서의 '다른 사실'을 소개한 후, 트위트에서 메리엄 웹스터(Merriam-Webster)의 단어 '사실(fact)'에 대한 정의가 회자되고 웹 사이트에 링크가 걸리기 시작했다.
웹스터 사전 출판사는 "콘웨이가 거짓진술을 '다른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고 묘사한 후 단어 'fact' 정의에 대한 조회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