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 삼성전기 출신 유재경 미얀마 대사 추천 드러나
[뉴스핌=김기락 기자] 지난 19일 뇌물공여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최순실 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쫓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 궤도를 최 씨에서 삼성으로 전면 수정하고 나섰다.
이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별개로 지난해 정부의 760억원 규모의 미얀마 공적개발원조사업(ODA) 과정에서 최 씨가 삼성전기 출신인 유재경 씨를 주미얀마 대사로 추천한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31일 특검에 따르면 특검은 이날 유 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최 씨가 유 대사를 주미얀마 대사로 추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날 오전 특검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 대사가 “저는 누가 저를 이 자리(주미얀마 대사)에 추천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특검 조사에서 이를 번복한 것이다.
유 대사는 삼성전기 유럽 본부장을 맡았던 인물로, 지난해 5월 대기업 임원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미얀마 대사에 임명돼 주목을 받았다.
특검은 이날 유 대사를 통해 미얀마에서 K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K타운’ 프로젝트 사업 과정에서 최 씨가 이권에 개입했거나 개입하려던 정황을 조사했다.
K타운 사업은 미얀마에 한류 관련 기업이 입점할 컨벤션 센터를 무상으로 건립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사업 타당성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추진 과정에서 무산됐다.
이규철 특검보는 “조사 결과 유재경 대사가 최순실을 여러차례 만났고, 본인이 최 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재경은 삼성에 근무했던 사람이고 그런 측면에서 삼성과 최 씨 일가와의 관계에선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관련 수사 대상을 삼성으로 확대할 것을 시사했다.
이 특검보는 최 씨 혐의 핵심인 뇌물수수 혐의 입증이 지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취재진 지적에 “최순실에 혐의에 관해선 기존에 우리가 뇌물수수 공범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고, 그 부분이 미적거리는 것이 혐의 입증에 자신 없는 것이냐는 인상을 가질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일단 (최 씨에 대해) 알선수재를 조사하고 이재용 영장 재청구도 남아있어 그 전에 조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최 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 특검보는 “알선수재는 약속만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어 처벌에 문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재경 주미얀마대사가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유 대사는 미얀마 원조개발사업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는다. / 이형석 기자 leeh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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