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공항공사 밥그릇 싸움으로 일정 늦춰져
준비기간 최대 6개월 뿐..명품 유치 등 차질 우려
[뉴스핌=전지현 기자] 오는 10월 개장하는 인천공항 제2 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간 밥그릇 싸움에 업계가 골머리를 썩고 있다. 합의점을 도출했으나 '지각합의'에 면세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다.
최근 리뉴얼해 문을 연 김포국제공항 롯데면세점. <사진=롯데면세점> |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말부터 대립각을 세워 온 2터미널 공항면세점(출국장면세점) 선정 방식에 대한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전까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은 공항공사가 단독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관세청은 이를 추인해 특허권을 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관세청이 출국장 면세점도 직접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두 기관 대립이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인천공항공사가 지난 1일, 단독으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자 관세청이 무효라고 맞서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결국 두 기관의 상급부처가 나서 타협안을 마련, 오는 4월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임을 밝혔지만 업계 불만만 가중되고 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이 10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정된 면세사업들의 준비 기간이 단 6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 면세점 사업자 1기, 2기, 3기 사업자의 경우, 오픈일이 각각 2001년 3월, 2008년 3월, 2016년 9월. 인천공항 개항과 함께 외국계 DFS코리아가 사업자로 선정됐던 1기를 제외하면 2·3기 사업 입찰 공고가 각각 2007년 6월과 2015년 12월로 사업자 선정부터 오픈일까지 최소 9개월이 소요됐다.
더군다나 2·3기 사업자들은 기존 기업이 운영하던 면세점을 이전·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오픈했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2터미널 공항면세점 신규 오픈으로 단순 인테리어뿐 아니라 설계부터 공사도 진행해야 한다. 명품 브랜드들은 매장 위치 및 크기에 대한 경쟁이 커 협의가 중요한데, 공사중인 건축물이다보니 부지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
즉, 사업자에 선정되더라도 오픈일에 맞추려면 '반쪽 개장'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11월로 예정됐던 입찰 공고가 3개월이나 지났고 두 기간 밥그릇 싸움에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며 준비기간이 부족해졌다"며 "명품부띠크 매장은 본사측이 내부 인테리어 자제까지 직접 관리해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사업자 선정 후 어떤 MD를 유치할지 협의하고 계약한 뒤 위치 선정하는데 1달 혹은 그 이상도 소요된다"며 "2·3기 사업자가 선정부터 오픈까지 걸린 9개월도 부족할 수 있다"고 했다.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눈치봐야할 기관이 둘로 늘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번 합의안에 따라 2터미널 출국장 면세점은 공항공사가 우선 입찰평가(사업제안평가 60%+임대료평가 40%)를 통해 복수의 후보자를 선정하고 관세청이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 최종사업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선정된다. 전체 특허심사 점수(1000점 만점) 가운데 절반인 500점씩을 두 기관이 나눠 매기는 식이다.
문제는 두 기관의 심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관련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인천공사의 1차 심사요건은 '최고가', 관세청은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과 '사회공헌'을 내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T2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는 인천공항공사 측에 공항 시설 임대료를, 관세청에는 특허수수료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과세'에서도 벗어날 수 없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은 임차료가 높아 수익성이 크지 않은 사업인데, 이제 두 기간의 눈치까지 봐야 한다"며 "정부가 정하는 규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할 수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이다. 심사 기관이 늘어난 만큼 고려할 것들이 더 많아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